국회 법사위 ‘검수완박’ 정면충돌
野 “시행령 개정안, 입법취지 훼손… 이렇게 오만해도 되나” 거센 압박
韓 “이번에 정상화시킨 것일 뿐… 법안에 왜 ‘등’으로 바꿨나” 맞서
“한동훈 장관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령을 통해 오히려 확대하는 개정안으로 만들었다.”(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소 필요한 내용의 시행령을 만들었다. ‘위장 탈당’이라든가 ‘회기 쪼개기’ 등이 꼼수 아니겠나.”(한동훈 법무부 장관)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을 우회하는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한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법무부의 입법예고를 ‘시행령 쿠데타’로 규정하며 한 장관 압박에 나섰다. 이에 한 장관은 검수완박 과정에서 민주당을 위장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 사례를 들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어지는 공방 속에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두고 수차례 여야 간 설전도 벌어졌다.
○ 한동훈 “시행령 개정으로 법 정상화”
이날 민주당은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음 달 10일 개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며 검찰 수사권은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된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법조문에서 ‘∼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공직자·선거범죄 등 세부 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법무부가 꼼수를 부려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굉장히 크게 확장했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은 “입법자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판단하고, 시행령으로 복원하는 행위(를 법무부가 했다). 이렇게 오만해도 되느냐”고 따졌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법률이 열어준 공간 내에서 시행령을 만들 수 있는 게 당연한 법치주의 원리”라며 “2020년에 이미 6대 범죄 이외의 영역에서는 검사의 직접 개시 수사가 금지됐고 2022년의 법을 통해서 이런 직접 수사 범위 축소는 더욱 심화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그 시행령을 제가 이번에 바꿔 정상화시킨 것”이라며 “변죽을 울리지 마시고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을 주셔야지 ‘꼼수다’ 이런 말씀을 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또 “왜 (부패·경제범죄) ‘중’을 ‘등’으로 바꾸셨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법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게 시행령을 만들었는데 그걸 ‘중’으로 읽어 달라고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 與 “민주당 손으로 만든 법” 엄호
국민의힘은 시행령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한 장관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 손으로 만든 법”이라면서 “(검수완박 법은) 부패 범죄나 경제 범죄에 상응하는 이러한 중요 범죄를 (시행령인)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 입법예고 배경을 묻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질의에 “지난 1년 반 동안 확인된 부정부패 대응 약화와 수사 지연 등의 국민 피해를 법률이 정확히 위임한 범위 내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부패와 경제범죄를 원칙적으로 한정해서 범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되, 무고 등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검사에게 고발하게만 한 범죄를 최소한으로 추가하는 정도”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