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앞두고 경찰이 수사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경찰이 수사 중인 주요 정치인 관련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고 수사가 더디다는 비판이 여럿 제기된 만큼 속도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검찰 수사권 축소를 최소화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반면 경찰국 논란 등으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경찰이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결국 ‘실력’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김혜경·김건희·이준석 등 공소시효 만료 임박…수사성과 낼 수 있을까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지난 9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도 출석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엮여있어 내달 9일이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경찰에서는 수사에 속도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9월9일 이전에) 김혜경씨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공소시효에 지장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 2월 처음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경찰이 고발인 조사와 더불어 경기도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대선 중립성 등을 이유로 이후 수사 진척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씨가 오는 28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는 모양새다.
경찰은 다음 달 9일이면 공소시효가 완료되는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윤 청장은 지난 22일 간담회에서 김 여사 수사와 관련 “검찰과 협의하면서 진행하고 있고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못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기자간담회(이달 말) 전 검토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이 지난 7월 경찰의 서면질의서를 보낸 지 약 두 달 만에 답변서를 제출해 일각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위해 한 기자에게 강의료를 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처분하자 고발인 측에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경찰 수사에 불복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도 지난 18일 핵심 참고인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이 전 대표 소환조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만약 경찰이 이 전 대표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 전 대표 소환조사 등을 비롯해 수사를 2~3주 내에 결론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소환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일정 조율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검수완박 우회로 시행령 예고…경찰국·수사 중립성 잡음도
공소시효 만료라는 난관 속에서 경찰은 검수완박 시행 전 최대한 수사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경찰 안팎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다음달 시행될 검수완박 입법안의 허점을 파고들어 검찰의 수사권한 축소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대통령령 개정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인 부패·경제 범죄 범위를 대폭 늘려 공직자·선거 범죄로 분류됐던 일부 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진행한 취임 첫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최초의 관련법령의 개정(검수완박)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걸로 안다”며 “그런 방향으로 정리해서 법무부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행안부 경찰국도 최근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행안부의 요청에 따라 보직변경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의 측근)이 이 전 대표의 수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와 경찰의 수사 중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청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지휘를 하지도 않고 민감한 정치인 사건을 지휘하지도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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