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다녀온 뒤 피가래…‘강남 역병’ 원인 미궁 속으로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8월 24일 14시 14분


지난달 서울 강남 소재의 클럽을 다녀온 뒤 어지럼증·근육통 등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이른바 ‘강남 역병’으로 불린 사건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끝내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클럽 7곳의 검체 수십 건을 수거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의뢰한 결과 해당 균은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온라인상에서는 강남 일대 클럽을 방문한 뒤 객혈·고열·호흡곤란·인후통이 오고, 기침이 몇 주간 지속되거나 폐에 통증이 나타났다는 이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는 한동안 ‘강남 역병’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증상의 원인이 ‘레지오넬라균’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빌딩의 냉각탑과 에어컨 등이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레지오넬라균은 감염되면 발열, 오한,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 근육통, 두통, 전신 쇠약감, 식욕부진, 위장관증상, 의식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강남 역병’의 증상이 이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울시 등 해당 지자체는 레지오넬라균만을 조사했고, 이밖에 다른 병원체 관련 검사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결국 ‘강남 역병’의 원인을 알 수 없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서초구 소재 클럽 3곳을 현장조사해 화장실·개수대 온냉수·에어컨 필터 등 검체 채취 등을 했다”며 “강남구는 냉각탑이 있는 클럽이 없어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역병과 관련해 신고된 내용이 전무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신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집단적으로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한 조사를 통해 해당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과학방역’의 표준”이라며 “특정 균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은 ‘실체없는 과학방역’의 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괄적 원인 가능성이 있는 균에 대한 배양을 통해 원인 규명을 선제적으로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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