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보육원 출신 대학생, 마지막 길에야 엄마 만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5일 03시 00분


홀로서기 불안감에 극단선택
장례식 참석한 친모 “미안해”
보호종료 대학생 또 숨진채 발견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24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영락공원.

새내기 대학생 A 씨(19)의 엄마는 아들의 화장과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내내 오열했다. A 씨의 친구 10여 명도 연신 눈가를 훔쳤다. A 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3세 때부터 경기 및 광주의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지인들은 “항상 밝고 명랑했다”고 A 씨를 기억했다.

올 3월 광주의 한 대학에 입학한 A 씨는 “보육원을 나와 독립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기존에 보호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육원을 나와야 했다. 하지만 최근 관련법 개정에 따라 본인이 원하면 만 24세까지 머물 수 있게 됐다.

A 씨는 본인 의사에 따라 6월 말 보육원을 나와 대학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기업 등의 후원금으로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충당했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했다. 하지만 홀로서기는 만만치 않았다. A 씨는 지인들에게 홀로서기에 대한 부담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종종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18일 오후 4시경 다니던 대학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방에선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는 글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북구청이 A 씨 장례를 진행하기 위해 가족 등을 수소문한 끝에 엄마와 연락이 닿았다. 장례식에 참석한 엄마는 “유골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24일 오전 7시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도 지난해 2월까지 보육치료시설에서 생활하던 새내기 대학생 B 씨(19·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이 있던 B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호시설을 퇴소한 이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심리 상담 등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육원 출신#홀로서기#보호종료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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