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관심 부담” 시신 인수 포기
수원시가 빈소 마련 장례 치러
영정사진 없이 위패 3개 나란히
“마음 아팠다” 빈소 찾은 시민도
24일 오후 5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중앙병원에는 21일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에는 영정사진도 없이 국화꽃 사이에 60대 모친과 40대 두 딸의 이름이 적힌 위패 세 개만 나란히 놓였다. 빈소는 수원시 직원 10여 명과 취재진이 주로 지켰다. 세 모녀의 사연을 접한 시민 대여섯 명도 빈소를 찾았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지모 씨(31)는 퇴근하고 오후 9시경 빈소를 찾았다. 지 씨는 “숨진 딸들의 경우 아직 기회가 많은 나이인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수원에 사는 A 씨 부부도 빈소를 찾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초 모녀의 먼 친척이 장례를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다’며 막판에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수원시는 원래 주소지가 수원시이고, 관내에서 사망한 무연고자에 한해 공영 장례를 지원한다. 세 모녀의 경우 주소지가 화성시로 돼 있었지만 이재준 시장의 지시로 공영 장례를 결정하면서 빈소가 차려졌다.
25일 예정된 추도식은 원불교 경인교구가 맡았다. 세 모녀의 시신은 26일 화장될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통상 무연고자의 경우 빈소를 하루만 운영하지만 고인이 세 명이어서 사흘 동안 빈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세 모녀가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녀는 남편(자매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2000년대 초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2020년 남편과 장남(자매의 오빠)이 지병으로 숨진 후에는 외부와의 접촉마저 대부분 끊고 은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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