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에 ‘킥보드 셔틀’까지…미성년자 전동킥보드 ‘거리의 흉기로’

  • 뉴스1
  • 입력 2022년 8월 25일 07시 09분


서울 도심에 세워져 있는 전동킥보드 모습. 2021.9.29/뉴스1
서울 도심에 세워져 있는 전동킥보드 모습. 2021.9.29/뉴스1
“선생님들이 교육하고 단속해도 소용 없어요.”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안모씨(31)는 24일 자신이 담당하던 반 남학생이 2달전 전동킥보드 뺑소니 사고로 경찰에 잡혔던 사건을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씨에 따르면 당시 고1이었던 학생(15)은 업체에서 빌린 전동킥보드를 타다 5세 아이를 치고 달아나다 피해자 부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아이는 다행히 경미한 부상에 그쳤지만 이 일로 학교는 관리 미책임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안씨는 “16세 이상은 원동기 면허증을 딸수 있다고 하지만 학생들 중 면허증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킥보드 타지말라고 교육도 하고 등하교 시간 등 일상에서 교대로 단속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도 학생들의 모든 순간을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이 전동킥보드 타는 것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 ‘16세 미만 탑승 금지’…“강제 수단 부재로 단속 어려워”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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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나의 교통수단이자 놀이수단으로 자리잡은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 들어 사고를 일으키자 관련 법을 개정해 이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13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 혹은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를 취득한 만 16세 이상(위반시 10만원)만 탈 수 있다.

그러나 해당법은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부여하기 때문에 킥보드 대여업체가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확인하지 않을 경우 청소년들은 쉽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전동킥보드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사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1700건 이상 접수됐는데 5년새 10배 이상 증가된 규모다.

게다가 최근에는 ‘킥보드셔틀’ 등 신종범죄까지 학교 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킥보드 셔틀’은 전동킥보드를 대여한 학생이 결제대금을 다른 학생에게 강제하는 행동이다.

김용판 의원도 지난 8일 열린 윤희근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전동킥보드 관련 단속 문제와 함께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운전자에게만 책임 물어선 안돼”…학교·경찰·업체 관련 법 마련 촉구

전동퀵보드 관련 사고가 늘어나면서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다… 2022.5.25/뉴스1
전동퀵보드 관련 사고가 늘어나면서 경찰이 단속을 하고 있다… 2022.5.25/뉴스1
학생들을 직접 관리하는 학교 측에서는 해당 문제와 관련, 경찰이 단속을 확실히 해주길 원한다.

경기도 수원 소재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28)는 “초등학생들도 고학년의 경우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이 종종 보이기 때문에 안전교육 때 타지 말라고 교육을 하기도 하고 가정통신문도 각 집으로 보냈다”며 “그러나 아무리 교육을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경찰들이 탑승하는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빌려주는 업체도 철저히 관리해 원천적으로 대여를 금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자격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전동킥보드를 빌려주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떄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완전히 책임이 없다고 하기 어렵겠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와 관련된 법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만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며 “문제가 있는 킥보드 대여업자를 처벌하는 등 이들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면허증 검사를 소홀히 하는 업체를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든 업체들이 면허증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전동킥보드 대여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앱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가입자 명의의 면허증을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원칙적으로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다”며 “실제 면허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업체들도 있는데 이들 때문에 우리도 피해 본다”고 호소했다.

그는 “서울시에도 관련 업체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워 하는 것 같았다”며 “관련 법 조항이 마련되는 것이 최우선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면허도용, 신용카드 도용 문제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업체들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국회에서는 최근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지난달 6일 전동킥보드 임대업체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해당 법률안에는 개인형 이동장치 대여사업자가 개인형 이동장치를 빌린 운전자의 자격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다만 아직 이 법안은 계류중인 상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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