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천연두 백신 개발한 ‘제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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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의 빠른 확산세를 우려해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고 합니다. 이 병은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인데요. 주로 체액과 같은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됩니다. 흥미 있는 사실은 천연두 백신으로 85%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천연두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천연두는 인류 역사상 3억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걸리면 높은 열과 함께 온몸에 발진이 생기고 대체로 30% 이상 사망했다고 합니다. 낫더라도 얼굴과 몸에 심한 흉터, 일명 곰보 자국을 남겼습니다.

천연두는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혀 왔습니다. 기원전 1157년 사망한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도 천연두 흔적이 있다고 합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가 고작 600명의 군사로 남아메리카 아즈텍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에스파냐 군대로부터 퍼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아즈텍 원주민들을 순식간에 죽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 병은 천연두로 밝혀집니다. 또한 18세기 유럽 지역에서만 이 병으로 해마다 4만 명이 죽었습니다.

그러다가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1749∼1823·사진)는 우연히 소로부터 옮는 ‘우두(cowpox)’에 한 번 걸리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걸 발견합니다. 천연두 역시 한 번 걸린 사람은 다시 걸리지 않습니다. 당시 사람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천연두에 걸린 사람의 고름을 건강한 사람에게 집어넣어 약하게 천연두를 앓게 만드는 ‘인두법’이라는 민간요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두법에 의한 사망률이 2%로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제너는 인두법처럼, 소의 우두 고름을 사람에게 넣으면 그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너는 1796년 우두에 걸린 여성의 고름을 8살 소년에게 접종해 가볍게 앓게 한 후, 다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소년에게 접종했습니다. 소년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11개월 된 자신의 아들에게 우두를 접종해 우두 바이러스가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제너는 이렇게 원시적인 방식으로 초기의 종두를 만들었지만 그가 만든 백신은 현재의 천연두 백신이 출현할 때까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전 세계가 천연두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1977년 마지막 감염자를 끝으로 더 이상 천연두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WHO는 1980년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합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박멸한 전염병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한편 천연두는 사라졌지만 42년 만에 그와 비슷한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사태는 인류가 여전히 전염병과의 싸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천연두 백신#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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