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 달리아. 꽃도 화려하고, 꽃말도 예뻐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그런데 질병에 취약해 키우기가 쉽지 않다. 경기 고양시 ‘단비농장’ 송준호 대표(42)는 1년 반 넘게 해외논문을 참고로 실험을 반복해 무균주 달리아를 개발했다. 올해는 4000m²까지 농장 규모를 확대해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원래 미술학도였다. 석·박사까지 미술을 전공했지만 교수 임용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과감히 애그테크(AgTech)로 길을 틀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을 일컫는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햇빛을, 영양분이 가득한 물이 흙을 대체한다. 더 이상 땅을 일군 자리에 씨를 뿌리지 않는다. ‘농사짓다’의 정의도 바꾼 셈이다. 4차산업을 만난 농업이 농촌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난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온·습도를 자동 조절해 된장, 고추장을 담그는 스마트 장독을 설계한 충북 충주시 ‘금봉산농원’ 조연순 대표(39). 그도 전통 장 사업을 애그테크로 확대하고 있다. 자연 바람과 할머니의 손맛에 기대던 발효 과정을 첨단 기술로 구현한 것이다. 전북 익산시에서 농업회사법인 ‘별곡’을 운영 중인 한정민 대표(27)는 연구소에서나 볼 법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쌀겨(미강)에서 단백질을 뽑아낸다. 이를 단백질 보충제나 화장품 원료로 판매한다. 애그테크라는 새로운 기회에 올라탄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성공 스토리다.
첨단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귀농 이유의 첫 번째는 농업의 비전·발전 가능성(39.1%)이었다. 무엇보다도 애그테크 일자리는 M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한다. 제주 서귀포시 귤 농장 ‘귤메달’ 양제현 대표(29)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아버지의 병환 이후 일을 돕다가 ㉠‘뿌린 대로 거두는’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지는 1인 기업으로 자율성을 갖고 일한다는 점, 직장에 매인 것보다 ‘워라밸’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의 내년 기조연설은 그 역사상 처음으로 농기계 제조사 대표인 존 메이 디어&컴퍼니 최고경영자(CEO)가 맡았다. 미래산업으로 떠오른 애그테크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애그테크를 육성하려는 각국의 의지도 강하다. 애그테크에 승부를 거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그 미래도 밝을 것이다.
동아일보 8월 19일 자 우경임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문맥에 따르면 윗글의 ㉠은 어떤 일을 가리킬까요? 적절한 것을 고르세요.
① 다른 사람의 병을 간호하는 일
② 직장을 다니는 일
③ 농사를 짓는 일
2. 윗글에선 애그테크 일자리가 M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는 무엇인지 윗글에서 찾아 써보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