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인생 후반 휘슬 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03시 00분


10년만에 부활… 노숙인 등 303명 수료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2022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에서 수료생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통해 
노숙인과 홀몸노인 등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2022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에서 수료생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희망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통해 노숙인과 홀몸노인 등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후반전 휘슬이 울렸다. 나를 다시 찾으리라!”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100주년기념관.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의 구호와 함께 ‘2022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에 참석한 수강생 80여 명이 학사모를 하늘 높이 던졌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홀몸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다. 5월부터 4개월 동안 강의를 성실히 수강한 수료생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졌다. 수료식에선 최우수상과 장려상 등 우수 수강생에 대한 수상도 이뤄졌다.
○ 철학·역사부터 심리학까지 ‘희망의 인문학’
서울시는 이날 10년 만에 다시 개설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을 진행했다. 수료식에 참석한 이들을 포함해 모두 303명(기본과정 219명, 심화과정 84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참여자 384명 중 79%가 강의를 완주한 것이다.

희망의 인문학은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8년 시작돼 2012년까지 진행되며 약 400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2013년 보건복지부 노숙인 지원 사업에 인문학 강좌가 포함되면서 강의가 중단됐는데, 오 시장이 부활시킨 것이다. 수료식에 참석한 오 시장은 “밥도 잠자리도 중요하지만 책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10년 전 했던 걸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기대 이상의 변화가 생겨나는 걸 지켜봤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을 통해 취약계층의 자존감을 회복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자아를 성찰하면서 자립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 바람도 쐬고 마음의 양식도 채워
이번 희망의 인문학 강의는 ‘기본과정’(40시간)과 ‘심화과정’(32시간)으로 구성됐다. 기본과정은 서울시립대 강사진이 각 시설로 찾아가 강의를 진행했고, 기본과정을 수료해야 들을 수 있는 심화과정은 수강생들이 대학 캠퍼스에 출석해 수업을 들었다. 심화과정 수강생들은 대학생들과 함께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수료식에서도 서울시립대 졸업생 가운을 걸쳤다.

수강생들은 4개월 동안 철학, 역사, 심리, 문학,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들었다. 즉흥 연극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어떤 곳에서 내 삶이 요동쳤는지 ‘터닝포인트’를 짚어봤다고 한다.

심화과정을 수료한 최모 씨(78)는 수업에서 ‘그때 그 사람이 있었지’라는 글을 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릴 적 성경을 가르쳐 주셨던 외할머니를 추억하며 쓴 글이라고 했다. 2005년 이혼 후 자활근로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최 씨는 “강의를 통해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며 “지금은 클래식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서울시가 예술 강의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수료생 A 씨는 “노숙인 시설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강의를 들으며 바람도 쐬고 좋은 강의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시는 우수 수료자에게 내년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보조강사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또 모든 수료자에게 내년 노숙인 공공일자리 사업에서 우선 채용 자격을 주기로 했다.

#희망의 인문학#노숙인#홀몸노인#자존감 회복#교육 프로그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