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견 갈렸다고 병원 책임 인정 안한 2심…대법 “다시 확인” 환송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26일 07시 18분


의료사고 소송에서 의료진의 책임 유무를 두고 상반되는 감정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각각의 감정 의견을 믿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등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의 배우자인 C씨는 지난 2015년 잠에서 깨 일어나다가 실신해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았다.

당시 C씨에게는 불안정성협심증 진단이 내려졌고, 그는 혈관성형술을 받은 뒤 퇴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C씨는 다시 실신해 병원을 찾았고 심근효소 수치가 0.09ng/㎖로 건강한 사람의 참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당시 의료진은 C씨의 증상이 기립성저혈압에 의한 것으로 보고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채 퇴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일주일 후 명치 부위의 답답함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옮겨진 뒤 숨졌다.

이에 A씨 등 유족들은 의료진 과실로 C씨가 숨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B학교법인 병원의 의료진으로선 C씨에게 반복된 실신 등의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등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어야 했다”며 A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의료진의 과실이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진이 C씨의 심장 이상 여부에 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을 문제라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감정의는 당시 C씨의 심전도에 변화가 없었고, 혈액검사에서도 심근효소 수치가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상반된 의견을 밝혔다.

이를 근거로 2심은 “의료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릴 정도라면 의료진의 조치가 의사의 합리적 판단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협 소속 감정의의 의견을 믿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두고 다투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로 모순되는 감정이 있다면, 법원은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을 통해 정확한 의견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재판부는 원심이 초기 증상발생 후 심근효소 수치가 정상화되는 기간이 얼마인지, 이전과는 다른 사정으로 심근효소 수치가 정상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여지는 없는지, 다른 증상을 고려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의료진의 조치가 일반적인 과정이었다고 평가한 감정 의견을 채택하기 위해선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해 정확한 감정 의견을 밝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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