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적인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자립준비청년인 새내기 대학생 A 군은 18일 오후 4시 25분경 금전 문제를 고민하다가 대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다른 보육원 출신인 B 양도 같은 달 24일 오전 7시 17분경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7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자립준비청년에게 주는) 자립정착금이라는 게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500만 원에서 1500만 원정도”라며 “(자립수당 제공을) 처음에는 2년 했는데 지금은 5년까지 늘린다고 얘기하고 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금 지원도 아직 가야 될 길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이자 보육원 출신인 이성남 경북 영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같은 날 전남CBS라디오 ‘시사의 창’과 인터뷰에서 “제가 알아본 결과 광주 청년은 월 25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했다고 한다”며 “대학생들에게 별도의 수당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 장학사는 “일부 시설의 경우 퇴소 후에도 관계성에 따라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문화와 구조가 있다. 그런데 보육원과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지원을 받기 힘들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다”며 “적은 용돈으로 생활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학업이 떨어지고,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장학 혜택들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악순환 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질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자립수당과 마찬가지로 학업수당을 주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라며 “보육원과의 관계에 따라 생계비를 받게 되는,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와 이 장학사는 퇴소 후에도 자립준비청년들과의 소통하며 심리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학사는 “중요한 것은 퇴소한 아이들과의 소통”이라며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집단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하고, 자조 모임을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티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장학사는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인데, 특히 (시설을) 퇴소할 때 후견인을 맺는 부분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예를 들자면, 저는 초등학교 때 후원해주신 분과 지금도 관계를 맺고 명절 때 찾아뵙는다. 그래서 가정 체험을 시켜주고 사회 체험을 시켜줄 후원자들과의 관계가 어릴 적부터 맺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고 했다.
정 교수도 “아무리 성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뭔가 의논할 부분들이 필요하다. 그런 상담을 한다거나 심리 지원 같은 부분들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현금 지원에 걸맞은 인력 지원이 동시에 돼야 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건강한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건강하게 생활 한다. 그런데 제일 문제인 것은 연락도 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는 점”이라며 “뭔가 도움과 상의를 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 한다. 그런 아이들을 찾아내는 노력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에게는 국가가 부모였다. 이 아이들이 손을 내밀 때는 적절하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며 “보통 사회에서 실패한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 원가정으로 돌아가서 회복하고 다시 나오게 된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그런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국가가 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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