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의비급여’ 보험금 의사에게 직접 청구 못해”…보험업계 ‘혼란’

  • 뉴스1
  • 입력 2022년 8월 28일 07시 17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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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지급된 임의비급여 관련 보험금을 보험사가 환자의 상환 능력도 파악하지 않고 의료기관에 바로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보험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허용되지 않은 진료행위로 원칙적으로 ‘불법진료’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지불된 진료비도 반환 대상이다. 보험사들은 잘못 지급된 임의비급여 보험금을 의료기관에서 ‘직통’으로 돌려받으려 했지만, 이 길이 막히면서 환자들이 보험사와 의료기관 양쪽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손해보험업계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번 판례로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손보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지난 25일 나온 대법 판결에 대한 후속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5일 A보험사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1·2심과 달리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 B씨는 환자들에게 비염 치료 등에 쓰이는 ‘트리암시놀른’ 주사를 놓고 진료비를 받았다. A보험사는 실손보험 계약에 따라 진료비만큼의 보험금을 환자들에게 지급했다.

임의비급여 채권자대위소송의 흐름(보험연구원 보고서 발췌)
임의비급여 채권자대위소송의 흐름(보험연구원 보고서 발췌)
하지만 ‘트리암시놀른’은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였고, 이를 나중에 확인한 A보험사는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해 환자들을 건너뛰고 진료를 한 의사에게 직접 진료비를 반환하라고 소송을 냈다.

1·2심까지만 해도 재판부는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 전원합의체는 환자들이 보험금을 반환할 만한 여력이 있다면 보험사가 환자들에게 직접 소를 제기해 돌려받아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보험사가 환자들이 보험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지도 증명하지 못했다며, 단순히 보험금을 쉽게 돌려받기 위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이 대법 판례로 굳어진 만큼 보험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임의비급여 진료에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고, 환자는 의료기관에 진료비 반환을 청구하는 ‘이중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A보험사의 ‘트리암시놀른’ 관련 가입자는 173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보험사와 의료기관 양쪽에서 소송을 하면 산술적으로 총 346건의 소송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현재 5개 주요 손보사에서 진행 중인 임의비급여 보험금 환수 소송은 823건에 달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에서도 보험사, 의료계와 비교해 상대적 약자인 보험 가입자들이 다수의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험사가 소비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에 직접 소송을 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개별 소송을 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 피해도 상당한 만큼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보험사가 소비자들의 경제적 상황이나 의료비 반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가 됐기에, 소비자들에게 개별 동의를 받아 대위권을 획득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비자들에게 각각 연락을 취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의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임의비급여 해당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단 보험금을 지급하고, 추후 임의비급여임을 확인한 뒤 보험금 반환 청구를 진행해 왔는데,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부터 심사 강도가 깐깐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보험금 환수로 인한 보험료 인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소송 위험을 감당하는 피해로 돌아오는 만큼 대법원 판단에 아쉬움이 크다”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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