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뺑소니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부장판사 임기환)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치상)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65)에게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11월 도로를 건너던 60대 장애인 B 씨를 친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측은 당시 B 씨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게 했고 A 씨의 인적사항도 병원에 밝혔기 때문에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를 응급실이 아닌 일반 외래로 데려갔고 자신을 보호자로 소개했던 점 등을 지적하며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진료결과 B 씨는 대퇴경부골절 의심 증상을 보였고 의사는 A 씨에게 “(증상을) 알고 계셨느냐. 과거 골절이냐”는 취지로 물었고 A 씨는 ‘그렇다. 그냥 넘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소아마비 장애 2급인 B 씨는 표정을 살짝 찡그리는 방식으로만 통증을 나타낼 수 있었고 의사는 부상이 가볍다고 판단해 아프면 다시 오라며 B 씨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다퇴골 전자간 골절, 우측 고관절 기능 상실 등 부상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가 끝난 뒤 A 씨는 B 씨를 집에 데려다줬지만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은 채 5만 원을 주고 떠났다.
재판부는 “사고 야기자로서 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할 수 없다.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에게 중한 상해를 입혔고 마치 교통사고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행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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