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전통을 이유로 특정일에 여성을 사찰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 종단의 총무원장에게 성별을 이유로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여성인 진정인은 관광을 목적으로 A 종단의 사찰을 방문했다. 하지만 사찰 관계자는 진정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음력 2월 초하루는 남성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진정인은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인 A 종단의 총무원장은 사찰을 창건한 제1대 종정(종단의 제일 높은 어른)의 유지에 따라 입장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해의 시작인 정월 및 2월 초하루는 남성들만 기도에 정진했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행은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종단 측은 주장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특정일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아 있던 시절에 생긴 관례임을 인정했다. 단, 제1대 종정의 뜻이기 때문에 전통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논리 외에는 제한 행위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 종단의 제한 행위에 대해 “종단의 본질적 가르침인 ‘종교적 교리’라기보다는 제1대 종정의 유지, 즉 ‘종파적 전통’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인권위는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보아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종파적 전통에 근거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불리한 대우가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피진정인의 주장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 종단의 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음력 정월 및 2월 초하루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A 종단 총무원장에게 성별을 이유로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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