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은 30일 대전 은행강도살인 사건 용의자에 대한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승만(52)과 이정학(51)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이날 범행 수법, 범행에 대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 피의자의 연령 등을 고려해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또 대전경찰은 이날 오후 3시 대전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 상황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습격해 현금 3억 원을 훔치고 은행 직원(당시 45세)에게 권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금수송차량에서 현금을 빼앗기 위해 범행 두달 전인 같은해 10월 15일 밤 0시께 대전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친 뒤 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권총을 빼앗는데 사용한 차량도 범행 2시간 30분 전 시동이 걸린 채 주차돼 있던 것을 훔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 등은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은행에서 약 300m 떨어진 건물 지하주차장에 버려두고 달아난 뒤 종적을 감추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왔다.
경찰은 범행 직후 충남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탐문 수사 및 통신 기록 분석 등 다각도로 수사를 벌였으나 이들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대전경찰은 2011년 12월,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설치해 대전 둔산경찰서에 보관 중이던 중거물 및 수사기록을 이관해 수사를 재개했다.
증거물을 확인하던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서 발견한 손수건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분석을 의뢰했고 손수건에서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남성의 유전자를 검출하는데 성공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던 경찰은 2015년 충북의 한 불법게임장의 현장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받고, 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판단해 뒤를 쫓았다.
경찰은 게임장을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1만 5000여 명에 대해 일일이 범행 연관성을 추적, 지난 3월 손수건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이정학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정학에 대한 과거 행적과 주변인 조사를 통해 8월 중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25일 대전 모처에서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이정학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승만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해 강원 정선에 있던 이승만을 긴급체포했다. 사건 발생 7553일만이다.
경찰은 27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 신문 및 프로파일링, 현장 검증 등을 통해 범행 경위를 확인했다.
백기동 대전청 형사과장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와 미제사건 전담팀 운영,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과 함께 형사의 끈질긴 집념으로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21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를 보다 명백히 입증한 뒤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끝까지 수사해서 반드시 검거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다른 미제사건들도 검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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