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선임병의 폭행으로 숨진 군인의 사망원인이 35년 동안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열린 제52차 정기회의에서 1987년 A 상병 사망사건 등 3건의 진상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위원회는 이 사건들이 병영문화 개선과 군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공개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1987년 모 부대에서 복무하던 A 상병이 후임들을 집합시켜 얼차려를 주던 선임병으로부터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맞아 쓰러졌고 ‘미주신경성 쇼크로 인한 급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에 따르면 군은 A 상병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저녁 식사 후 영내 개울에서 목욕을 하다가 찬물로 인한 쇼크로 구토를 했고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질식사했다’고 적었다. 또 부대원들에게는 사건의 진상에 대해 함구하라고 지시했고 A 상병 유가족에게는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확정되면 예우를 받을 수 없다’는 말로 회유했다.
이같은 사실은 A 상병의 후임이 ‘구타로 숨졌는데 당시는 군사정권 말기의 민감한 시기여서 군이 사건을 단순 사고로 은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위원회에 제보해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A 상병 이외에도 위원회에 따르면 1970년 사망한 B 상병은 지휘관의 지속적인 금품 강요에 시달렸다. 당시 휴가를 나가던 B 상병은 지휘관으로부터 고가의 의류와 어항을 사오라는 요구를 받았고 압박을 받아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숨졌다. 하지만 군은 이를 은폐한 채 B 상병이 휴가 복귀 중 음주 상태에서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려다 실족해 숨졌다고 기록했다.
또 1994년 철책 근무 중 벙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C 이병에 대해 군은 ‘내성적 성격과 철책 근무 부적응을 비관하던 중 초소 근무를 위한 이동 과정에서 대열을 이탈해 벙커에 들어가 총기로 자해 사망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C 이병이 경계선 수준의 지능, 좌우 부동시, 야맹증 등으로 정상적 복무가 힘든 상태였다며 군의 부적절한 행정 조치가 사망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세 사건 사망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으며 이달 29일 열린 제54차 정기회의에선 29건의 진상규명을 포함해 총 40건의 진정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54차 회의에서는 병사들로부터는 무시를 당하고 중대장에게는 가혹행위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1997년 부사관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 이 회의에서 종결된 사건들은 이의신청 기간이 경과한 후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공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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