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는 효과적이겠지만 가상자산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는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보이스피싱예방협회 발족식 및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가상자산과 보이스피싱 범죄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가 사기 사건이고, 사기 사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이라 설명했다.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가 2017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형사판결을 검색, 가상자산 관련 범죄로 분류하고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며 형사판결 4640건 중 2399건(약 51.7%)이 사기 관련 사건이라 짚었다.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 자료도 활용해 전체 코인 관련 사기 사건 중 24.6%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해당한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현행 특금법은 이와 같은 부당거래행위를 방지하기 매우 미진하고, 이런 간극을 이용한 부당 이익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라며 ”범죄사실 발생시 지급정지를 명령하고 은행 계좌에 대해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피해금을) 환급하는 법을 적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구제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도 가상자산 활용 범죄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제4조와 5조에 걸쳐 사기이용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및 채권소멸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의 전자지갑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어서다.
법 개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제도 손질에 앞서 자율규제 내지 금융당국·수사기관의 대책이 필요하다 주문하기도 헀다.
정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될 경우 출금을 늦추면 은행에서 지급정지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라며 ”관련 법령이 없어도 민사적 계약이나 행정지도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니 거래소, 은행 등에게 출금지연이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족식 및 포럼을 주관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사기방지 기본법‘을 29일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사기범죄 정보 수집, 분석 및 제공을 위한 사기정보분석원을 설치하고 사기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게 골자다.
포럼에 참석한 유지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금융범죄수사계장은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은 수십년 전처럼 어설프지 않고, 가상화폐(가상자산)를 활용한 1·2차 모집계좌가 있는 등 전문화되는 추세“라며 ”범죄자 검거뿐 아니라 예방을 위한 단속과 수사, 제도개선까지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예방협회 회장으로 부임한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를 대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겠다“라며 ”예방협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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