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항 반복하면 가중 처벌…헌재 “‘바다 위 윤창호법’ 위헌”

  • 뉴스1
  • 입력 2022년 8월 31일 15시 36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 재판관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2022.7.21/뉴스1 ⓒ News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 재판관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2022.7.21/뉴스1 ⓒ News1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선박을 운항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바다 위의 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해사안전법 제104조의2 제2항 중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에 대한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음주 상태에서 두 차례 이상 배를 운항하면 징역 2~5년이나 2000만~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바다 위 윤창호법’은 2019년 2월 러시아인 선장이 술을 마신 후 화물선을 몰다가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위반행위를 한 경우 처벌을 강화했다.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음주운항 재범 사이에 시간적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윤창호법’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이날 윤창호법과 비슷한 취지의 해사안전법 조항 또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2회 이상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해사안전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없이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항 행위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반복적인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 있으나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예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형벌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반복되는 음주운항 관련 범죄를 예방하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항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가중처벌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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