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동학대 사건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재학대 사례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가해자 96%가 부모임에도 피해아동 대부분은 집으로 바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31일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는 3만7605건으로 전년 대비 21.7% 늘어났다. 이 중 재학대로 확인된 사례는 전체의 14.7%(5517건)이다. 재학대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재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96%로, 전체 아동학대 행위자 중 부모 비율(83.7%)보다 높았다. 사실상 재학대 사건 대다수가 부모에 의해 일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재학대를 당한 피해아동은 대부분 원가정으로 돌려보내졌다. 지난해 재학대 사례 5517건 중 한 번이라도 분리보호된 경우는 1360건(24.7%), 원가정으로 복귀한 경우는 4106건(74.4%)이었다.
아동 1명은 현재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아동학대 사망뿐만 아니라 일반사망도 함께 집계돼 학대로 인한 사망인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김혜래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재학대라고 해서 심각한 수준의 학대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폭언, 방임 등 양상이 다양하다”며 “지자체에서 전문가 등과 내부회의를 거쳐 분리 여부를 결정하는데, 즉각 분리해야 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복적인 학대는 심각한 피해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2019년 발생한 인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2020년 경기 여주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가정 복귀 후 재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학대가 발생하면 일단 아동을 학대 환경에서 분리하는 게 맞다. 이후 부모에게 개선의 여지가 있으면 돌려보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환경에서 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분리조치가 계속되면 결국 아이가 갈 곳은 보육원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위탁가정이 활성화돼 피해아동이 ‘내 집 같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위탁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결국 시설로 보내진다.
허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부모의 (법적) 친권이 강하다. 위탁가정 보호자는 권한이 없어 아이가 전학가거나 수술할 때마다 일일이 친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점이 전문위탁제도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가해부모의 친권을 적절히 제한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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