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경북 칠곡군수 인터뷰
대구의 국군-주한미군 이전 계획
군부대 유치하면 인프라 따라와 기업체 들어온 것 같은 경제 효과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커져… 국내 복귀 기업 터전 마련 가능
“칠곡의 정체성인 호국과 평화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는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구의 군부대 유치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김 군수는 “단순히 군부대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고장이라는 진정한 호국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 군수는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칠곡 ‘다부동 전투’(현재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는 낙동강과 대구 전선을 지켰다. 칠곡이 ‘호국의 고장’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 대구의 모든 군부대 유치에 팔 걷어
올해 6월 당선된 초선의 김 군수는 선거운동 때부터 가까운 대구에 있는 군부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역의 7개 군부대를 대구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밝혀 지방자치단체 간의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김 군수는 “이달 19일 홍 시장을 직접 만났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전담 부서(태스크포스)를 신설해 실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칠곡군은 대구 중구와 남구 북구 수성구 등 도심 내 646만 m² 부지에 주둔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50사단, 공군방공포병학교 등 국군 부대 4곳과 주한미군 부대인 캠프 워커 등 3곳을 모두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군수는 “군부대 통합 이전을 통해 칠곡군에 대규모 ‘밀리터리 타운’을 조성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며 “군부대가 지역에 들어오면 주거시설과 문화 체육 복지 같은 인프라까지 따라온다. 앵커 기업을 유치한 것과 비슷한 경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지역의 숙원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도 자연스럽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군부대 유치에 나선 배경”이라고 했다. 칠곡군은 군부대 후보지로 지천면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곳은 땅 전체의 40%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김 군수는 “이곳 상당수가 50년 이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국토교통부 국방부와 협의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성장동력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홍 시장이 8월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군사 후적지 등 개발 예정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건의했다고 들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국내 유턴 기업 유치와 관광 인프라 확대
김 군수는 취임 직후 ‘곳간 채우고, 경제 살리고, 군민 늘리고’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생산 거점을 해외에 뒀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갈등 여파 등으로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유턴 기업들이 국내에 돌아올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부대 유치에 따른 칠곡 내 그린벨트 완화 지역이 유턴 기업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군수는 “칠곡 왜관 공단 가동률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유턴 기업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 군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신산업 분야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관련 분야를 적극 공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조만간 조직 개편을 단행해 기업 유치의 행정 절차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부서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존 호국 관광 자원은 새로운 콘텐츠를 접목해 발전시킬 예정이다. 김 군수는 “6·25전쟁 당시 민간인이 국군에게 식량과 탄약을 지게에 지고 전달했던 ‘지겟길’을 국내 처음 관광지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칠곡군은 31일 석적읍 망정1리 328고지에서 김 군수를 비롯해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식’과 지게 운반 재현 행사를 열었다.
김 군수는 종교 및 역사적 가치를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지역의 ‘한티가는길’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왜관 가실성당에서 동명 한티순교성지까지 45.6km 이어지는 한티가는길은 조선 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이 수없이 오고 갔던 길을 순례길로 조성한 것이다.
김 군수는 관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매일 출퇴근한다. 그는 “자전거로 주민들이 계신 곳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다닐 수 있다. 민생 현장에서 주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단체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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