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3100억원 배상 판정]
중재관 3명중 1명 “한국 책임 없어”
‘론스타, 승인심사 지연 자초’ 판단
478억 쓴 변호사비 더 늘어날 듯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배상금과 이자를 합쳐 약 3100억 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중재판정에 대해 취소신청 등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비록 론스타의 청구액보다 실제 판정 금액이 많이 감액됐지만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고 밝혔다.
○ 3명 중 1명 ‘한국 정부 배상액 0원’
정부는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 중 1명이 우리 정부의 배상액을 ‘0원’으로 판단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된 것이므로 론스타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취지다. 약 400페이지 분량의 영문 판결문에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이 40페이지가량 담겼다고 한다.
정부가 중재판정부 판정에 취소를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은 판정 이후 120일까지다. 중재규칙에 따르면 취소 신청은 △중재판정부가 명백히 권한을 이탈한 경우 △절차 규칙에서 정한 사항에 일탈한 경우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등에 가능하다. 한쪽에서만 취소를 신청해도 ICSID 산하에 취소위원회가 구성된다. 취소위는 위원 3인으로 구성되며 서면·구술 심리를 거쳐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취소위가 실제로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1966년 ICSID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까지 접수된 취소신청 133건 가운데 20건(15%)만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판정 취소 비율을 10% 안팎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취소위가 한국 정부의 배상금 판정 취소 신청을 받아들여 전부 취소를 결정하면 한국 정부가 내야 할 배상액과 이자가 ‘0원’이 될 수 있다. 일부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 배상액과 이자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론스타 측 신청에 따라 배상이 인정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판정이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될 경우 배상액과 이자가 늘어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취소위가 취소 신청을 기각하면 판정이 그대로 확정된다.
원칙적으로 취소 결정에 불복해 중재 판정을 다시 청구할 순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는 “취소 결정에 불복해 중재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실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했다.
○ 지금까지 변호사비 478억 원, 더 늘어날 듯
법무부는 취소 신청을 할 경우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판정에 대한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할 방침이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배상액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이자는 계속 늘어난다. 취소위의 심의가 마무리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취소위 심의 기간 변호사 비용도 계속 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약 478억 원”이라며 “론스타는 그 이상 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배상금과 이자, 변호사 비용 등은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 등으로 충당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내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에 나름대로 대응 체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결과가 나오든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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