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심신미약 주장을 인정받아 감형됐다.
1일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51)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징역 5년)을 파기하고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6일 송곳 모양으로 뾰족하게 끝부분이 다듬어진 드라이버를 준비하고,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강원 강릉의 한 건물에 숨어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B 씨를 뒤따라 들어갔다. 이후 드라이버로 B 씨의 가슴과 목 부위 등을 여러 차례 찔렀다. 당시 B 씨가 피를 흘리면서 의식을 잃어가자 A 씨는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과정에서 A 씨 측은 심신미약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고 하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범행 동기에는 피고인의 정신장애가 일부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사실오인·심신장애·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낮췄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은 피해자에게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원심은 피고인의 심신장애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고인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의 정신질환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반사회적 행동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정신질환과 관련된 치료가 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여러 양형의 조건과 양형기준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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