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커피’ 먹여 내기골프로 수천만원 뜯은 4명 기소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1일 11시 40분


10년지기 친구에게 약을 탄 커피를 먹인 뒤 내기 골프를 제안하고서 수천만원을 갈취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은 형사3부(부장검사 권찬혁)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A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공범들과 함께 지난 4월 8일 전북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 B씨에게 마약 성분의 로라제팜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하고 내기 골프를 치게한 뒤 55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단순한 내기가 아니라 A씨는 범행에 가담할 내기골프를 할 때 돈을 따는 역할인 이른바 ‘선수’와 약물을 커피 등에 타주는 ‘약사’, 금전 대여 ‘꽁지’ 등 역할을 미리 분담하고서 B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밖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던 터라 아무런 의심 없이 커피를 마셨던 B씨는 첫 티샷부터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느꼈다.

이에 A씨에게 “내기는 다음 번으로 미루자. 골프를 그만 치겠다”고 말했다가 “판을 이렇게 키웠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만 두느냐”는 말에 내기 골프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약에 취한 그는 신체 기능과 판단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샷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B씨는 전반홀(9홀)에서만 48타를 기록하며 일명 ‘백돌이’(골프에서 100타대로 치는 초보자를 뜻하는 속어)에 해당하는 104타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한 타당 비용은 최소 30만~최대 200만원에 달했으며, B씨는 한 홀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돈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는 3000만원을 들고 내기 골프에 참여했다가 모든 돈을 잃고 A씨에게 2500만원까지 빌리는 등 범행 당일에만 5500만원을 잃었다.

범행 다음 날에도 몸이 좋지 않았던 B씨는 인근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자 전날 마신 커피 때문이라고 의심, 경찰에 찾아갔다.

그는 “내기 골프를 했는데 당한 것 같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이후 진행한 소변검사에서 마약성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B씨는 경찰에서 “새벽 티업이라 커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첫 티샷부터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고, 3홀 이후부터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을 토대로 골프장에 방문해 증거 확보에 나섰고, 음식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A씨 등이 커피에 무언가를 넣는 장면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인이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를 입수, 미리 가루로 만들어 물에 희석한 뒤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약물은 ‘아티반(Ativan)’이란 상품명으로 불리는 신경안정제로 항불안작용, 기억상실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예비마취제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있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마약류 유통·투약뿐만 아니라 마약류를 이용한 범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마약류인 로라제팜을 이용한 사기 범행의 전모를 규명해 마약류 이용사범에 대해 엄정 대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사경에서 송치된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는 한편 마약류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지역사회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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