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실 일산화탄소, 삼겹살집 10배인 곳도…중국보단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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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1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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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 급식실의 일산화탄소 검출량, 미국 기준 초과
국내 학교 급식실의 일산화탄소 검출량, ‘기름 요리 왕국’인 중국보다 적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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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실에서 기름으로 조리하면 물을 사용해 조리할 때보다 유해 물질인 일산화탄소가 더 많이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 중학교 급식실의 일산화탄소 검출량은 삼겹살집에서 측정된 검출량의 거의 10배였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숨 쉬기가 곤란해지는 저산소 혈증이 생길 수 있다.

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한국산업보건연구원 연구팀은 학교 급식소 25곳을 대상으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조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해 물질의 양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일산화탄소 검출량은 학교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조사 대상 학교 급식실 중 한 곳의 일산화탄소 최고 검출량은 295ppm으로, 미국 국립 직업 안전위생연구소(NIOSH)가 정한 허용량(200ppm)을 초과했다. 국내 한 삼겹살집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검출량(30ppm)의 거의 10배였다.

일산화탄소 검출량은 급식 메뉴에 식용유를 쓰는 음식이 다수인 학교일수록 많았다. 이산화탄소도 일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기름을 사용해 조리할 때 더 많이 검출됐다. 단, 국내 학교 급식실의 유해 물질 검출량은 기름을 쓰는 요리가 많은 중국의 학교 급식실보다는 현저히 낮았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조리할 때 생기는 연기에는 200가지 이상의 가스와 다양한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 조리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발암성 물질과 유해 가스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이다. 다행히 이번 연구에서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포름알데히드 등 조리 도중 발생하는 연기에 포함된 발암성 물질의 검출량은 모두 급식실 밖과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심장 기능이 손상된다. 평소 의식이 아주 명료하던 사람이 1∼2개월 새 갑자기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에 동시에 노출되면 저산소 혈증의 증상이 심해지고, 회복 시간도 느려진다”고 했다.

국내 학교의 급식 관련 종사자의 수는 2019년 기준 약 7만1000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17~2018년 조사 결과, 경기·인천의 학교 급식실에서만 12건의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됐다.

이 연구 결과(한국 학교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의 위험 수준)는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내는 ‘안전보건국제학술지’(Safety and Health at Work) 최근호에 실렸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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