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분석법 적용 방식에 따라 식수 가능 여부 달라져 논란
환경단체 3곳은 “인체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 물질 검출” 주장
녹조 독성물질이 포함된 수돗물이 부산과 대구 등 낙동강 유역 가정에 공급됐다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환경부는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개의 분석법 중 어떤 걸 적용하느냐에 따라 식수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환경부 고시 개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환경단체 “수돗물에서 독성 발암물질 검출”
낙동강네트워크 등 3곳의 환경단체는 지난달 3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을 정수해 영남권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의해 발생되는 발암물질로 사람의 간과 뇌, 남녀의 생식 기능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이승준 부경대 식품과학부 교수 연구팀에 조사를 의뢰해 7월 중순부터 지난달 하순까지 부산 경남 대구 경북의 가정과 식당 등 22개 지점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방법으로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USEPA)의 공인 효소면역측정법(ELISA법)을 썼다. 그 결과 부산 6개 지점 중 수영구 한 곳의 수돗물에서 0.061ppb(ppb는 1ppm의 1000분의 1)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환경단체는 이 수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의 식수 기준치(0.03ppb)를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경남 3곳과 대구 2곳 등에서도 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단체는 “정부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에는 있지만 고도 정수 처리를 거치며 100% 걸러지기에 안심해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으나 주민들은 녹조 독성이 포함된 수돗물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낙동강 원수 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조류 경보가 발생했던 6월 2일부터 주 1, 2회에 걸쳐 수돗물 독성물질을 분석하고 있으나 단 한 차례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환경부 고시에 따른 분석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법)을 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인 1ppb를 초과하지 않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면 식수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270여 종의 독성구조로 구성돼 있는데, 환경부가 고시한 분석법은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MC-LR)만 분석한다. 반면 환경단체가 활용한 ELISA법은 270종의 독성을 모두 포함시켜 검출량을 산정한다.
환경부가 고시한 분석법은 하나의 독성구조만 집중 분석하기에 정확도가 높지만 분석 결과를 얻는 데까지 2∼3일이 걸린다. 반면 환경단체가 활용한 분석법은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독소의 기준치 초과 여부를 1일 이내에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 “미국처럼 두 분석법 모두 사용해야”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달 2일 부산과 대구 등 5곳 지점에서 ELISA법과 LC-MS/MS법 모두를 활용해 분석했으나 마이크로시스틴은 나오지 않았다”며 “23일과 24일 10곳에서 분석했으나 역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고시를 변경해 두 분석법을 모두 적용하고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면밀한 녹조 독소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환경부가 일회성으로 ELISA법을 활용한 분석을 벌인 것”이라며 “두 분석법이 함께 활용돼 수백 개 지점에서 상시 수돗물 녹조 독소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부 고시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도 “현재 부산시가 하는 방법으로는 여름철 녹조 창궐 때 즉각 검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미국처럼 두 분석법을 모두 사용해 수돗물 검사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두 분석법이 함께 활용될 수 있도록 환경부에 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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