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4∼7일 한반도 강타… 타이베이 해상서 한국쪽으로 전환
초속 54m… 건물 무너뜨릴 강도… 2003년 4조 피해 ‘매미’급 분석
부산 앞바다 거쳐 대한해협 통과 예상, 강풍반경 430km… 한반도 영향 클듯
제주-남해 시간당 50~100mm 폭우… 수도권 지역까지 물폭탄 가능성
매우 강한 강도를 지닌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추석을 앞둔 4∼7일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힌남노는 고수온 해역을 지나며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강한 강도를 유지한 채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힌남노는 1일 기준 중심기압 920hPa(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 초속 54m인 상태로, 태풍 강도를 나누는 5단계 강도 분류 가운데 가장 높은 ‘초강력’(초속 54m 이상)에 속한다. 초속 54m의 바람은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도로, 2003년 국내에 4조2225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낸 태풍 ‘매미’와 동일한 강도다.
1일까지 서쪽으로 이동하며 대만 타이베이 동남동쪽 약 510km 해상에 도착한 힌남노는 중국에 위치한 티베트 고기압에 막혀 방향을 전환했다. 2일까지 티베트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서서히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우리나라 쪽으로 향할 예정이다.
1일 기상청이 밝힌 예상 경로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오후 부산 앞바다를 지나 대한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 지역에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태풍의 강풍 반경이 430km에 이르는 만큼 상륙하든 안 하든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힌남노는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과 2일 사이 힌남노가 방향을 북쪽으로 트는 과정에서 대만 동남동쪽 해역에 잠시 정체하게 된다. 현재 이 해역의 해수 온도는 31도 이상으로 북서태평양에서 가장 높다. 수온이 따뜻하면 태풍이 많은 열에너지를 공급받아 강도를 유지하게 된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보통은 태풍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면 찬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용승현상이 일어나 에너지를 잃게 되는데, 높은 수온으로 인해 힌남노의 강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풍이 북상하는 길목의 해수 온도 역시 평년보다 1∼2도가량 높다. 이에 따라 힌남노는 초강력보다 한 단계만 떨어진 ‘매우 강’(초속 44∼54m) 상태로 북상하고, 부산 앞바다에 이르러서도 ‘강’(초속 33∼44m)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사람이 날아가고 기차가 탈선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은 4일부터다. 특히 태풍의 강풍반경이 지나는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제주와 남해안에 최대 500mm가 넘는 비가 내리고 최대 풍속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태풍과 경로 및 풍속이 비슷했던 2004년 태풍 ‘차바’의 경우 관측된 하루 최대 강수는 659.5mm,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59m였다.
아직 태풍 진로에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내륙 지역의 경우 비가 많이 내릴 지역과 강수량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기상청은 “강수대가 좁게 형성돼 지역 차가 있겠지만 강수대가 걸리는 지역에 시간당 50∼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태풍 반경이 넓은 만큼 수도권에까지 폭우가 내릴 가능성도 크다.
제주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1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3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200mm(많은 곳 300mm 이상),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 50∼100mm다. 경북권 남부는 2일부터, 전남(남해안 제외)과 경남 내륙은 3일부터 10∼60mm의 비가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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