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배상’ 주심 대법관 오늘 퇴임식… ‘현금화’ 결정 장기화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일 03시 00분


대법 “결론 안나면 주심 다시 정할 것”… 어제가 마지노선… 결론 못 내린 듯
법조계 “대법, 日기업 배상책임 인정… 결론 늦어도 현금화명령 가능성 커”
정부, 외교적 해결할 시간 벌게 돼… 피해자측 “의견서 제출 철회, 사과를”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법부의 현금화 결정 심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57·사법연수원 18기·사진)의 퇴임식이 2일 열리면서 해당 사건의 주심 교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금화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지연되면서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조속한 현금화를 요구하는 피해자 측과 자국 기업에 대한 현금화 명령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 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한 상황이다.
○ 주심 대법관 퇴임으로 심리 장기화 조짐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미쓰비시가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에 1일까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결정 시기와 관련해 밝힐 입장은 없다”며 “김 대법관 퇴임 때까지 결론이 안 나면 주심을 다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관은 4일 퇴임하지만 2일 오전 퇴임식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1일이 결정의 마지노선이었다.

김 대법관 퇴임 전 결론이 안 난 것은 해당 사건에 대해 대법관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소부 사건은 주심 대법관 1명과 다른 대법관 3명 간의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도 강제징용 사건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 경험이 많은 임재성 변호사는 “압류명령에서 일본 기업 측 불복 사유를 모두 기각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불복하는 매각명령 결정 판단이 늦어지는 것은 대법원이 소송 외적인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은 현금화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93)와 양금덕 할머니(93)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최종 승소했으나 압류·매각 명령과 항고 및 재항고가 반복되면서 4년 가까이 배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 한숨 돌린 정부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할 것”
법조계에선 김 대법관 후임이 합류한 뒤 대법원 소부 구성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주심이 정해지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김 대법관의 후임인 오석준 후보자에 대해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임명동의안을 채택하진 않았다.

외교부는 대법원 심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앞서 7월 대법원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해결 의지를 강조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 및 학계 법조계 인사 등이 포함된 민관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고, 일본 정부와도 협의를 이어가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한일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국내적인 노력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한일 간 소통 등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의견서 제출 자체가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날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대법원 의견서 제출을 즉각 철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미쓰비시#징용 배상#현금화#강제징용 배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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