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거문도 일대에서 간첩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일가족 5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1977년 형이 확정된 지 45년 만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일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고 김재민 씨, 고 이포례 씨와 이들의 자녀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 폭력에 고통당하고 희생당하신 분들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자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도 했다.
1976년 당시 공안당국은 그해 9월 북한에서 거문도로 파견됐다가 동료 2명을 사살하고 경찰에 자수한 김용규 씨의 진술을 토대로 대남 공작원들의 간첩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으로 불렸던 김 씨 부부는 1977년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7년을, 자녀들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 부부가 사망한 후 자녀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김 씨 가족의 간첩 활동을 제보한 김용규 씨의 진술에 대해 “일관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반복되고 집요한 심문을 통해 피고인들의 진술이 재구성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잔혹한 국가 폭력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며 경찰의 고문 및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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