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피해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80시간, 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 명령도 유지됐다.
A씨는 2020년 2월7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려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 여자친구 B씨의 어머니는 ‘B씨에게 남자친구가 죽이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A씨에게 B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구하자 이에 화가 난 A씨가 경찰관에게 저항하면서 그를 밀어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파출소로 체포되어 온 A씨는 ‘공무집행방해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화가 나 키보드를 깨뜨린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피해자 동의 없는 분리 조치’를 문제 삼으며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관이 A씨와 B씨를 분리조치 하면서 피해자인 B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다.
1심과 2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행위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A씨와 B씨를 분리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당시 경찰관들이 분리조치를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범죄 특수성을 고려하면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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