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스티커가 손상 없이 붙어있고, 전용 쇼핑백도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종범 씨(33)는 최근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이 같은 판매 글을 보고 선물용 참치캔 세트를 2만5000원에 샀다. 매년 추석마다 지인들을 위한 선물세트를 구입했는데 올해 일부 선물세트 가격이 작년에 비해 20% 가까이 올라 부담을 느끼던 차였다. 이 씨는 “마트에서 4만 원에 파는 건데 40% 가까이 싸서 바로 구입했다. 다른 선물도 모두 중고 플랫폼에서 구입해 9만 원 가량 아낄 수 있었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 고물가에 중고마켓으로 눈 돌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추석 선물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추석 선물 가격도 일제히 뛰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젊은층들이 중고장터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직장에 다니는 강연이 씨(29)도 최근 중고마켓에서 홍삼 선물세트를 구매했다. 3년 전 취업한 후 매년 백화점에서 친척들 선물을 샀다는 그는 “물가가 오르면서 생활비 지출이 커져 고민이었는데 백화점 쇼핑백까지 같이 준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강 씨 역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선물을 구입해 상품 당 2만~5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 회사에서 받은 선물 되파는 ‘명절 테크’ 유행
중고마켓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쉽게 살 수 있는 건 명절을 앞두고 필요없는 선물을 저렴하게 내놓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사는 2030 직장인 가운데 회사나 지인으로 받은 추석 선물세트를 개봉하지 않고 중고거래로 되파는 ‘명절 테크’가 유행이다.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6일 오전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미개봉 상품이라 선물하기 좋아요” 등의 소개와 함께 서울 중랑구에서만 69개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글이 올라와 있었다. 가공햄 견과류 등 식품부터 치약 샴푸 세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직장인 채현미 씨(28)는 “추석 선물세트는 보통 한두 종류의 상품이 여러 개 들어있어 1인 가구가 쓰기에는 많다”며 “명절마다 회사에서 카놀라유 세트를 주는데 중고거래로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고 했다. 추석 선물세트를 파는 이들이 늘자 한 중고거래 플랫폼은 회원이 파는 가공햄 세트를 플랫폼이 직접 매입하는 ‘추석 스팸대전’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선 추석 선물을 중고로 거래하는 걸 두고 ‘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게 중고거래는 고물가 시대를 사는 요령 중 하나”라며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MZ세대는 필요 없는 물건은 팔고, 같은 제품이라면 중고로 더 저렴하게 구입하는 걸 합리적 선택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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