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8시 15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11호 태풍 힌남노가 퍼부은 폭우로 실종된 7명의 생환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주민들은 전모 씨(39)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너나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다. 이날 오전 7시 41분 포항남부소방서에 첫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12시간 34분 만에 첫 생존자가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전 씨는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에 전 씨는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장에 달린 파이프를 잡고 숨 쉴 공간을 확보한 뒤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오후 늦게 배수펌프 가동 소리와 구조대 소리를 들은 전 씨는 “살려달라”고 계속 소리쳤고,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오후 7시 10분경 외부로 연결된 창문을 통해 전 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상의를 벗은 채 밖으로 나온 전 씨는 들것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을 찾은 전 씨의 회사 동료는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생존자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차장 입구에서 구조 현장을 지켜봤다. 1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9시 41분경 다시 주민 김모 씨(52·여)가 구조됐다. 밖으로 나온 김 씨는 “너무 추워, 너무 추워”라고 말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고 두 팔로는 몸을 꼭 감싸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대가 지하주차장에 있는 물을 일정 수준 퍼낸 후 구명보트를 타고 들어갔는데, 김 씨가 주차장 모서리 부분 배관 위에 엎드린 채 있었다”고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생존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적같은 일”이라며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수색 및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강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포항=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포항=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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