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에 1명, 하루에 36.1명, 1년에 1만3195명.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나타내는 숫자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5.7명으로, 2011년 31.7명의 정점을 보인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전체 자살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층 자살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8월에 발표한 코로나 우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생각률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일상 회복과 함께 자살률 증가에 대비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정한 이후 보건복지부 내 자살예방정책과와 전담 지원 기관인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신설했다. 시도 및 시군구별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하고 전담 인력을 확대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민의 마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대상자별 심리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자살 시도자, 자살 유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올해 8월 자살예방법 개정으로 경찰과 소방 인력이 자살 시도자, 유족 등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할 경우 이들을 당사자 동의 이전에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으로 연계해 선제적 관리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정부는 2024년까지 정신건강 국가검진체계 등을 마련해 고위험군 조기 발굴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자살고위험군 치료비 지원 사업을 신설해 자살 시도자, 유족 등에게 몸과 마음에 대한 치료비를 지원한다. 지자체 자살예방사업 수행기관인 자살예방센터 내 전담 인력을 확충하는 등 지역 단위 자살예방 전달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올해 하반기 내에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해 향후 5년간 중장기적인 자살률 감소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10일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2022년 자살예방 캠페인 슬로건은 ‘사람을 더하세요’다.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에게 나의 따뜻한 목소리와 손길, 마음을 더하고, 내가 힘들 땐 나의 고민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9월 동안 전국 곳곳에서는 청년 서포터스들이 함께하는 ‘같생(같이 만드는 생명존중문화)’박람회, 2022년 ‘세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 등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10일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소원했던 가족과 친구, 이웃이 있다면 이번 추석 명절을 계기로 함께 모여 그간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고, 모두 수고했다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서로의 따뜻한 목소리와 마음이 삶의 희망을 주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이번 추석이 ‘사람을 더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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