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 마음 우리가 잘 알아”
취약계층 위한 도시락 봉사에 동참
“추석 앞두고 밥 굶는 사람 없어야”
무료급식소들, 비바람 속 정상 배식
“어려운 사람 마음은 어려운 사람이 제일 잘 알지 않겠어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6일 오전 7시 기초생활수급자 김연주 씨(61)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한 주택 부엌에서 홀몸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에 들어갈 전을 포장하고 있었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서초구와 서초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든든한식사업단’의 일원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던 전날에도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도시락 조리에 빠지지 않았다. 김 씨는 “더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싶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
5, 6일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놓인 가운데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 비바람 맞으며 이웃에 도시락 배달
지난해 7월 시작된 ‘든든한식사업단’은 이번 태풍은 물론 지난달 수도권과 중부 지방의 기록적 폭우에도 도시락 배달을 멈추지 않았다.
서초구의 한 여인숙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양모 씨(57)는 “지난달 폭우 때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가재도구가 전부 못쓰게 됐다. 방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기도 힘들었는데 수해 다음 날부터 사업단이 매일 도시락을 갖다 줘 굶지 않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지난달 폭우로 반지하 집이 물에 잠겨 피해를 봤다는 김모 씨(79)도 “아직 집 정리가 안 돼 음식 조리는 꿈도 못 꾸는데 한 끼라도 해결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거르지 않고 도시락을 가져다 줘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차상위계층 유모 씨(61)는 “5년 전 경영난으로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어 생활이 어려운 분들 심정을 잘 안다”며 “추석에 혼자 있으면 더 외로울 텐데 도시락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굶는 사람 없어야” 태풍에도 문 연 무료 급식소
태풍 접근 소식에 초중고교 상당수가 휴교를 결정했지만 서울 시내 주요 무료 급식소들은 ‘추석을 앞두고 밥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5, 6일 모두 정상 배식을 했다.
동대문구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은 비바람이 심했던 5일 약 340인분의 점심을 배식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딸과 함께 밥퍼를 찾은 이모 씨(67)는 “딸과 매일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태풍 때문에 배식을 안 하면 끼니를 거를 뻔했는데 문을 열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60대 노숙인 A 씨도 “밥퍼에서 먹는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날도 많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밥퍼를 운영하는 최일도 목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밥퍼를 찾는 어르신들이 ‘태풍이 와도 나는 꼭 올겨’, ‘우리 곁엔 밥퍼가 있으니 걱정이 없구먼’이라고 했다”고 썼다. 밥퍼에는 5일에도 17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는데 이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천에 사는 배모 씨(74)는 “딸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니 나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태풍 때 한 끼 식사가 더 간절할 것 같아 봉사를 나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도 이날 점심 약 180인분을 배식했다. 급식소 운영 책임자인 자광명 보살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식사하러 수십 명이 와 줄을 섰다”며 “태풍보다 끼니 걱정이 우선이신 분들이 많아 음식을 평소처럼 준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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