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린 지하주차장 모자…10대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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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7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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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9시 41분경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던 주민 A 씨(52·여)가 구조된 후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오후 9시 41분경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던 주민 A 씨(52·여)가 구조된 후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현장에서 생존한 50대 여성 A 씨는 구조된 후에도 구급차 안에서 “나 여기 있어요”라는 혼잣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구조를 기다리는 15시간 동안의 절박한 심경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A 씨는 6일 밤 9시 40분경 구조됐다. 이번 사고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생존자다. A 씨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있는 배관 위에서 버티다가 수색대원들에게 발견됐다고 한다.

소방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가 수색하던 중에 천장 배관 위에 올라 타 엎드려 있는 씨를 발견해 구조한 것이다.

밤사이 구조현장에 있던 포항CBS 기자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A 씨는 구조된 이후에도 구급차에 옮겨지는 동안에 ‘나 여기 있어요’라는 혼잣말을 계속 했다.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의 두려움과 고통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며 “의식은 분명히 있었지만, 지난 15시간 동안에 그 두려움 때문인지 계속 ‘나 여기 있어요’라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이 여성의 아들 김모 군(15)은 숨진 채 발견됐다.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엄마를 따라 나선 것으로 보이는 김 군은 7일 0시를 넘긴 시간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아파트 지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모자는 친구같은 사이였다고 주변 사람들은 증언했다.

김 군이 집에서 나가기 직전에 통화한 친구는 “새벽 5시에 저랑 영상통화하다가 갑자기 나간다고 했다. 엄마랑 함께 차 빼러 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김군) 엄마가 놀러 갈 때마다 과자와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친구가 ‘엄마 배고파 밥 줘’ 하며 다정하게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둘은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아직 어머니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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