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 목적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 성 평등 관점에서 재점검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지자체의 국제결혼 장려 사업과 관련해 “성 평등 관점에서 사업 내용을 점검하고,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A시장에게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 사건의 진정인은 A시의 명의로 된 ‘인구 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이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인 B행정사합동사무소로 발송된 것을 파악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협조문에 명시된 사업이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은 차별적 시책으로 보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인 A시장은 행정사 대표가 지역 농촌총각과 유학생 여성 간의 만남을 제안해와 인구 증가 시책을 담은 협조문을 발송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A시장은 이후 행정사 측에서 A시와 협의 없이 임의로 협조문 내용을 수정해 인터넷에 올린 사실을 진정인 측의 문제 제기로 알게 됐다고 했다.
또한 관련 내용을 확인했을 때는 협조문이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였고, 진정인 측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 뒤에 사업 검토를 중단했다고 A시장은 진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A시장과 행정사 대표가 협조문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인터넷에 게시된 협조문은 행정사 대표가 임의로 수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문제 제기 이후 게시물이 삭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협조문 게시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나 불리한 대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 인권위는 지자체가 유학생 등 이주여성을 인구 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의견 표명을 검토했다.
지자체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은 2006년 정부가 발표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사회 통합 지원 대책’을 계기로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정책이 이주여성을 출산 및 보육을 담당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인구 증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시책은 농촌 비혼 남성과의 결혼 및 출산을 통해 인구 증가에 기여할 외국인 여성을 모집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는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 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농촌 지역의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의 ‘정상 가족’ 구성을 위한 가부장적 틀에서 이행되어 왔다”며 “A시가 유학생 여성을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유학생을 농촌 남성의 배우자 후보로 상정한 것은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종적 편견을 함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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