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 주민 7명이 숨진데 대해 주민들이 “미리 막을 수 있었다”며 인재(人災)를 주장하고 있다.
주민 7명이 숨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차재환 주민자치위원장은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원인은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 때문이 아니라 바로 옆 하천(냉천) 범람으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차 위원장은 7일 “일부 언론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이 지하주차장의 차를 빼라’고 방송한 바람에 주민들이 변을 당했다‘고 보도해 관리소장에 대한 원성이 높은데, 주민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리소장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5시30분쯤 관리소장과 함께 지하주차장에 가 봤는데 당시에는 물이 고여 있지 않았고 비도 장대비 수준이 아니었다”며 “오전 6시까지는 발목에 물이 찰 정도였는데 불과 10분 사이 허리춤 위에까지 물이 차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5년 이 아파트에 입주한 이후 27년 동안 냉천이 한번도 넘친 적이 없었다. 2002년 태풍 ’루사‘ 때나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도 범람하지 않았다”며 “하천 범람이 예고돼 안내 방송한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폭우가 내리면서 냉천 상류에서 쏟아져 흘러온 급류가 범람했고, 하류에 위치한 이 아파트에 한꺼번에 물이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3.5m 높이의 지하주차장이 완전 침수됐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포항시가 ’고향의 강‘ 사업을 하면서 냉천에 수변공원을 만들었는데,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린 탓도 있지만 그 영향으로 냉천이 범람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국비 178억원 등 317억원을 들여 오천읍 문충리에서 청림동 항만교 구간 14.3㎞에 산책로를 만들고, 징검다리와 주차장, 친수공간을 조성한 ’냉천 고향의 강‘ 사업을 벌여 지난해 10월 준공했다.
하지만 냉천의 한계수량은 1시간당 강수량이 77㎜로 설계돼 이번처럼 100㎜가 넘는 폭우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A씨는 “고향의 강’ 사업으로 구불구불했던 냉천이 직선화돼 폭우가 쏟아지면 강의 유속이 더 빨라져 피해를 더 키운 것 같다”며 “이틀 동안 400㎜ 가까운 장대비가 쏟아졌고 하필 바다가 만조 때여서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지 못하고 갇히게 되면서 순식간에 냉천 하류지역이 범람해 아파트로 밀려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향의 강 사업 때 냉천 하류 저지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재정비 때는 옹벽을 쌓거나 범람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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