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양심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 면접 일정 변경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면접 응시 기회 자체를 박탈한 처분은 위법이라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성주)는 A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입학 전형 이의신청 거부·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1월 6일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1단계 평가에 합격한 뒤 면접 일정을 같은 달 21일인 토요일로 배정받았다.
A씨는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교인으로서 21일 오후반 마지막 순번에 배치해 일몰 뒤에 면접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이의 신청을 했다.
재림교단은 성경절에 따라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성수하고, 안식일에는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남대 법전원은 모집 요강(무작위로 면접조와 면접순서 결정 등)에 따라 A씨의 이의 신청을 거부했고, 2020년 12월 면접에 응시하지 않은 A씨를 불합격 처분했다.
A씨는 ‘전남대가 입학전형관리위원회 규정상 면접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데도 변경하지 않아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냈다.
종교적 양심을 지키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해 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학칙과 다른 대학 법전원 사례, 면접 시행계획을 종합하면 “A씨의 면접 일정을 오전에서 오후로 조정해도 블라인드 면접이 이뤄질 수 있다. 즉, 면접 절차의 형평성·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없다. 전남대가 A씨의 이의 신청을 거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1단계 평가로 법전원에서 교육받을 능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수학능력과 무관한 종교적 양심으로 면접 자체를 볼 수 없는 불평등과 간접 차별을 겪었다. A씨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실체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남대는 소수자인 A씨를 포용·관용할 수 있었는데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배했다. 즉,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을 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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