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아들 떠나보낸 엄마, 오열하다 쓰러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8일 21시 17분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10대 눈물의 입관식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아, 아이고 우리 ○○이 어떡해…”

8일 오후 3시 반 경북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김모 군(15)의 어머니 김모 씨(52)가 흐느끼며 아들의 이름을 수 차례 불렀다. 김 군은 6일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라’는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황급히 내려갔다가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됐다.

어머니는 천장 배관 위에 엎드려 14시간 동안 버틴 끝에 구조됐지만 김 군은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긴 채 헤엄쳐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김 씨는 이날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아들의 입관식을 찾았다.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본 어머니는 오열하며 쓰러졌고, 다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입관식에는 유족 20여 명과 김 군의 학교 친구 20여 명이 참석했다. 입관식이 진행되는 10여분 동안 유족과 친구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김 군의 이름을 불렀다. 김 군의 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내가 몸도 안 좋은데 울다 쓰러져 걱정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 같은 장례식장에선 역시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사망한 주부 허모 씨(55)의 발인식도 진행됐다. 지하주차장 희생자 7명 중 첫 발인이었다. 발인식에는 40여 명의 유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허 씨의 남편 박모 씨(58)는 “결혼 후 33년 동안 평생 시댁 뒷바라지만 하다 갔다. 그날 같이 내려갔어야 했는데, 차라리 내가 갔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자책했다. 허 씨는 당시 안내방송을 듣고 ‘차를 빼야겠다’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고, 박 씨는 뒤늦게 걱정돼 따라나섰지만 순식간에 불어난 물 때문에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 발인식에서 영정 사진을 앞세우고 뒤를 따르던 허 씨의 딸은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허 씨를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 6명의 발인은 9일 진행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유족들과 합동 영결식은 치루지 않고 각자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시 차원에서 유가족에게 35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심리치료 및 장례비용은 별도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