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체육지도사 자격을 취소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현시점에 형의 선고 효력이 상실됐다 하더라도 자격 취득 당시 결격사유에 해당됐다면 행정부의 취소 처분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부장검사 강우찬)는 지난 7일 병역법 전과로 체육지도사 자격이 취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2심에서 1심 판결 취소를 선고했다.
A씨는 2012년 8월 수영 강사(2급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그해 10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2014년 5월 형을 마치고 출소했는데, 그의 범죄기록은 형 실효법 조항에 따라 형을 마치고 5년이 지난 2019년 5월 말소됐다.
문제는 2020년 문체부가 A씨의 범죄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며 발생했다.
구 국민체육진흥법은 ‘실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자격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A씨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격취소를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1심은 형실효법에 따라 A씨의 형 선고 효력이 상실된 만큼 자격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유가 발생한 이상 규정이 정한 자격취소사유에 해당하고, 처분이 있기 전 형실효법에 따라 형의 선고 효력이 상실된다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규정이 이러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자격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행정청의 자격취소처분 당시까지 결격사유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자격 재취득을 제한하고 있는 현 규정과 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도 밝혔다.
재판부는 “자격취소 규정은 체육지도자 자격제도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며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사유가 발생했다면 결격사유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자격 취소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또 “법은 자격 취소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은 체육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해 일정 기간 재취득을 제한하고 있는데, 취소처분 이전에 결격사유가 해소됐다는 이유로 취소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재취득의 제한도 받지 않아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역행한다는 의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6월 헌재는 대체복무 규정이 없는 병역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대법 전원합의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 제제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법질서에 타당하지 않다는 내용을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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