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층간소음’ 차원에서는 초비상 시기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주가 함께 모이면, 애들은 방에서 ‘방방’ 뛰고, 어른들은 술에 목소리가 높아지기 일쑤다.
바로 이 때 아랫집(가끔은 옆집, 윗집)의 신경은 비수같이 곤두선다. 그래서 연휴 기간 혹은 직후 각 신문 방송에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살인 폭행 같은 층간소음 관련 초대형 사건이 보도되곤 한다.
특히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거리두기, 모임 인원 제한이 풀린 첫 명절. 3년만에 가족 친지들이 눈치 보지 않고 모일 시간이다. 실제 2020년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그해 명절 연휴 기간 층간소음 신고량은 총 198건으로 같은 해 일평균 33건 보다 6배 이상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 사이 층간소음 신고 건수와 갈등이 급증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많아진데다 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층간소음에 대한 이해와 슬기로운 대처가 각별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밤낮 없는 ‘발망치’ 소음에… 명절이 두려워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입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 아래층에 늘 미안하고 조심스럽습니다. 두께 5cm 매트도 설치하고, 가족들 모두 실내화 착용을 하며 주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위층에 대해서도 가급적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석 설 명절 연휴가 되면 두려운 마음부터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족끼리 조용히 집에서 차례상만 차려서 명절을 보내는 편입니다. 그러나 윗집은 사정이 다른 모양입니다. 연휴 기간 내내 밤낮 가릴 것 없이 복도 끝부터 안방까지 뛰는 소리는 다반사고, 어른들의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음도 엄청납니다.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이 계신지, 밤새 문 쾅쾅 닫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소리 등 온갖 종류의 층간소음에 매년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지 또는 손님들이 모였으니 늦게까지 시끄러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밤 11시 넘어서까지 들리는 소음에 제 가족 모두 잠을 잘 수가 없는 상황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통해서 위층에 인터폰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소음은 계속됐고, 아이들이 뛰는 소리도 줄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기나 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우리 가족은 층간소음에 관대한 편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층간소음 공해는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매번 명절 때마다 이럴까 싶어 걱정이 앞섭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명절에는 친지 모임, 방문에 층간소음은 많아지는 반면 아파트 관리소나 지방자치단체 민원상담실은 휴무일 경우가 많습니다. 중재인 없이 당사자간 충돌이 벌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행, 살인 등이 명절기간에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전 예방조치와 함께 대처 방안을 미리 알아두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관리사무소가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미리 해달라고 요청해야합니다.
며칠 전부터 ‘늦은 시간 친지 방문을 자제 또는 주의해 달라’ ‘방문자가 많을 경우에는 아래층 또는 옆집에 미리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해달라’ ‘방문자들이 가급적 실내화를 착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 ‘아이들이 많으면 매트를 깔아 그 위에서 활동하도록 주의를 해달라’는 등의 내용을 반복해 방송해야합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층간소음 예방 플래카드와 예방 포스터를 부착하는 것도 경각심을 갖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해마다 같은 일이 반복돼 왔다면 윗집과 관리사무소에 층간소음을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대를 메모를 통해 전달해 두면 의외로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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