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 씨 출소를 앞두고 국민적 불안이 커지자 소아성기호증(소아성애) 성향을 가진 아동 성범죄자를 형기 종료 이후에도 치료감호가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법이 개정되면 김근식 조두순 등 이미 형이 선고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치료감호가 가능해진다.
법무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다음 주 중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는 전자감독과 신상공개 외에는 소아성기호증 있는 (형기를 마친) 아동 성범죄자를 강제로 입원치료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없다”며 “이에 법무부는 현행 치료감호제도를 확대해 형기 종료 이후에도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치료감호란 재범 위험성이 있는 약물중독·소아성기호증 등 성향의 범법자를 국립법무병원 등 시설에 구금한 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처분을 말한다. 현행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소아성기호증 등 장애를 가진 성폭력 범죄자는 항소심 변론 종결까지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최대 15년 동안 치료감호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현행 규정이 아동성범죄자의 재범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선고 이후에도 치료감호할 수 있게 관련 법을 대폭 손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 감독 대상자 가운데 재범 위험이 높고, 준수사항 위반 전력과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청구 기간이 끝난 뒤라도 ‘사후 치료감호’를 할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살인 범죄자에만 매회 2년·최대 3회까지 치료감호를 연장할 수 있다는 법을 개정, 재범 위험이 높은 소아성애 아동성범죄자에겐 횟수 제한 없이 치료감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다음달 출소하는 김근식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24시간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등 행동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과거 그의 범죄 수법을 고려해 19세 미만 여성과 접촉을 금지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외출 제한을 늘린다. 주거지 및 여행제한 등의 준수사항도 추가하기로 했다. 김근식이 준수사항을 어길 경우에는 현행범 체포·부착 기간 연장 등 엄정 조치하는 한편, 김 씨의 왜곡된 성인식과 범죄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개별 심리치료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치료감호법이 개정되면 김근식 조두순 등 이미 형이 선고된 아동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준수사항 위반 등이 있을 때 치료감호가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있을 범죄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정부가 아주 강력하게, 할 수 있는걸 다 한다는 메시지를 본인에게 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술 먹고 깽판 치는 사람들이 조폭한테는 시비를 안걸지 않느냐.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범죄 수사를 받던 사람이 다수당 대표라 해서 죄를 덮어달라고 하면 국민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일축했다. 또 “제가 당해봐서 없는 죄를 덮어씌우는 건 절대 안된다”라며 “다만 있는 죄를 덮어달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 탄압 시나리오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거론하는 장관 탄핵론에 대해서는 “다수당이 힘으로 탄핵하겠다고 하면 그 절차에 당당히 임할 것”이라며 “정치가 국민을 지키는 도구여야지 수사받는 정치인을 지키는 도구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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