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하늘에 있는 ‘음속최소층’
층 바깥보다 낮은 온도-압력, 소리 퍼지지 않아 멀리 이동
우주서는 블랙홀 소리 탐지, 주변 기체가 진동하는 모습 발견
바다 수심 깊은 곳 약 800∼1000m 사이에는 고래들이 수천 km까지도 떨어져 대화할 수 있는 소리 터널이 있습니다. 바다에 소리 터널이 있다니, 무슨 소리냐고요?
○ 소리가 느리게 이동하는 해저 1000m
이렇게 소리가 멀리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을 ‘음속최소층(SOFAR channel)’이라고 합니다. 1944년 4월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모리스 유잉 연구원 팀이 처음 이 층을 발견했지요.
연구팀은 소리의 이동 거리에 관한 연구를 하려고 물속에서 소리를 탐지하는 수중 청음기를 배에 매달아 연구소 근처 바닷속 700m에서 1300m 사이에 넣었어요. 그러고는 약 1700km 떨어진 배에 폭탄을 매달아 터뜨렸습니다. 그랬더니 폭발 소리가 수중 청음기까지 도달했지요. 원래는 소리가 전달될 수 없는 먼 거리였는데 말이에요. 이 실험으로 연구팀은 해저에 소리가 멀리 이동하는 음속최소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음속최소층은 바다에서 소리가 가장 느리게 이동하는 층입니다. 소리는 물이나 공기를 이루는 입자가 진동하면서 발생하고, 이 진동이 다른 입자로 전달되면서 이동해요. 온도가 높을수록 입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소리가 빨리 이동합니다. 압력이 높아져도 입자들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소리가 빨리 전달되지요. 바다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지고 압력이 높아집니다. 그중에서도 온도는 급격히 낮아지는데, 압력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 구간이 있어요. 여기서 소리가 가장 느리게 이동하지요. 이곳이 바로 음속최소층입니다.
음속최소층에서 소리가 멀리까지 이동하는 이유가 뭘까요? 음속최소층 위층이나 아래층에서의 소리는 음속최소층보다 빠르게 이동합니다. 그런데 소리의 진동은 빠른 쪽에서 느린 쪽으로 휘어지죠. 따라서 소리는 음속최소층 바깥으로 퍼지지 않고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어요.
○ 하늘의 소리 터널, 열기구로 최초 발견
바다뿐 아니라 하늘에도 소리를 멀리까지 이동시키는 터널이 존재합니다. 하늘 위 소리 터널은 어디 있을까요.
4월 22일 미국 산디아국립연구소 세라 앨버트 연구원 팀이 하늘에서 소리터널을 탐지했다고 발표했어요. 그간 과학자들은 하늘에도 소리 터널이 있을 거라고 추정해 왔지만, 실제로 소리터널을 찾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유잉 연구원은 1944년 바다에서 음속최소층을 찾아낸 뒤 이와 비슷한 층이 하늘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기권의 가장 낮은 층인 대류권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표면에서 방출하는 열이 닿지 않아 온도가 낮아져요. 대류권 바로 위에 있는 성층권에는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존층이 있어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온도가 높아지고요. 약 10km에서 20km 높이에는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대류권계면’이 있는데, 유잉 연구원은 온도가 낮을수록 소리가 느리게 이동하기 때문에 여기 음속최소층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은 대류권계면에 마이크를 매단 열기구를 띄워 소련의 핵무기 실험 소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관측이 어려웠지요.
앨버트 연구원 팀은 더 튼튼한 열기구를 띄워 대류권계면에서 소리를 녹음하고자 했어요. 지난해 4월 14일 연구팀은 미국 우주로켓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셰퍼드의 발사 시간에 맞춰 마이크를 매단 열기구를 띄웠어요. 로켓이 발사된 곳으로부터 400km 떨어진 곳이었죠. 마이크를 통해서 연구팀은 로켓의 소리를 세 번 들을 수 있었어요. 발사하는 로켓의 굉음을 한 번 들을 수 있었고, 로켓이 대류권계면 근처를 통과하며 상승할 때 또 들을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1단 로켓이 다시 대류권계면 근처를 지나며 떨어질 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대기에도 소리가 400km나 멀리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거죠.
○ 우주의 소리 메아리, 블랙홀의 협주곡
우주에는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물이나 공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소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죠. 2003년 9월에 이 생각을 뒤집을 발견이 나왔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페르세우스 은하단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에서 소리를 탐지했다고 발표했거든요.
페르세우스자리 근처의 페르세우스 은하단에는 190개의 은하가 모여 있습니다. NASA는 엑스선을 관측하는 인공위성으로 이 은하단을 채우고 있는 기체의 진동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블랙홀이 엑스선 등을 방출하며 발생시킨 진동이라는 것을 확인했지요. 우주에는 공기가 매우 희박하지만, 그래도 은하단에는 주변의 가스와 별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강한 중력을 지닌 블랙홀이 있어요. 블랙홀의 중력이 끌어모은 기체(공기)가 블랙홀의 진동을 전달해줄 수 있는 거죠.
이 진동은 너무 낮은 음이어서 사람이 들을 수 없었어요. 5월 4일 NASA는 이 소리의 진동수를 약 14만 조에서 28만 조 배만큼 높여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으로 만든 뒤 공개했어요. 약 57옥타브만큼 높은 음으로 올린 거죠.
이와 함께 M87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소리도 공개했답니다. M87 은하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에 있는 타원 모양의 은하로 태양 질량의 60억 배를 넘을 만큼 거대합니다. NASA는 전파를 촬영하는 망원경과 엑스선을 관측하는 인공위성, 그리고 허블우주망원경 등을 사용해서 전파, 가시광선과 엑스선을 촬영하고 소리의 진동을 관찰했어요. 이 진동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으로 변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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