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반경이 410km에 이르는 매우 강한 태풍 ‘난마돌’이 19일 일본으로 북상하면서 제주와 영남 남해안 지역이 영향권에 든다. 특히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관통했던 부산, 포항 등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어 각 지자체가 대비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19일 새벽 일본 규슈 서쪽 해안에 상륙해 일본 혼슈를 관통할 것”이라고 18일 예보했다. 태풍은 중심풍속이 초속 44~54m(시속 158~194km)로, ‘매우 강’ 상태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나 커다란 돌을 날릴 수 있는 수준이다.
상륙 시 중심 기압은 940~950hPa(헥토파스칼), 강풍 반경은 410km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덮친 태풍들과 비교할 때 힌남노는 물론 역대 가장 강한 태풍이었던 ‘매미’(2003년)보다 더 강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태풍의 길목과 가까운 제주와 영남 남해안 지역이 태풍 영향권에 든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이 가장 근접하는 시기는 거제의 경우 19일 오전 9시, 부산 오전 11시, 포항 오후 1시다. 이 지역에는 18, 19일 이틀간 최대 150mm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시간당 30~60mm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강원 영동 50~100mm, 영남권 동부 내륙, 제주 산지 20~80mm, 호남 동부, 경상 서부 내륙, 제주 5~40mm의 비가 내린다. 강풍 피해도 우려된다. 서쪽에서 건조한 공기가 밀려와 태풍의 습한 공기와 충돌해 강한 바람이 발생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18일 남부 지방 곳곳에 태풍과 강풍 특보가 발효됐다. 이달 6일 힌남노 피해가 컸던 지역들은 철통 대비에 나섰다. 부산시는 18일 ‘비상 2단계’를 발령하고 자연재해 우려 지역 389개소에 대한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 해운대구는 마린시티와 미포, 청사포 등 해안가 인접 상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 3600개를 주요지점에 배치했다. 포항시는 이날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고, 경북도는 17일부터 ‘비상 1단계’를 발령했다.
제주도는 재난 안전 문자를 발송해 해안가 및 하천 등 위험지역 통제선 내 출입을 금지했다. 18일 영국과 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중하게 대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힌남노에 이어 난마돌까지 역대급으로 강한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면서 ‘가을 태풍’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8월 말부터 9월 사이에 발생한 태풍은 기압계 구조에 따라 주로 한국이나 일본 쪽을 향한다. 지구 온난화로 동중국해와 일본에 이르는 해역의 수온이 오르면서 이 열을 흡수해 성장하는 태풍의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전체 태풍 수가 줄어든 것도 강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발생한 태풍은 14개로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평년(25.1개)에 비해 적은 편이다. 국가태풍센터 출신인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구에 열이 많은데, 그 열로 인해 생기는 태풍의 수가 적다면 그 열이 다 어디로 가겠나”며 “태풍 하나, 하나의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달 말에도 한두 개의 태풍이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20일부터는 ‘맑고 서늘한 가을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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