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자연재해 4조4000억…대부분 물 관련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12시 07분


최근 10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의 거의 대부분은 태풍 호우 등과 같은 물이 원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집중호우 등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물에 잠기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이른바 ‘도시홍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라 도시홍수 빈도는 갈수록 늘어나고 피해 규모는 훨씬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도시홍수 대책이 비효율적이어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런 내용을 보고서 ‘도심 집중호우 피해예방 및 대응방안’을 16일 발행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8~17일까지 나타난 집중호우로 인한 도시홍수의 피해 현황과 정부의 대책의 문제점 및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작성됐다.
● 최근 10년간 자연재해의 97%가 물 재난
19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피해는 모두 4조41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6.8%인 4조2776억 원이 태풍, 호우, 대설 등이 주원인이었다. 같은 기간 인명피해도 290명이 발생했는데, 절반이 넘는 183명(63.1%)이 물 관련 재해였다.

문제는 최근 들어 특정지역에 짧은 시간동안 많은 강우가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예측과 대비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다수의 인구가 거주하고 대규모 기반시설이 집중된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집중호우는 심각한 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도시홍수의 원인은 크게 3가지이다. 우선 설계빈도를 넘는 강우 발생과 하수관의 통수능력 부족이다. 지난달 서울 강남 서초 관악 동작구 등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도시화로 인해 지표면이 콘크리트 재질의 아파트나 아스팔트 도로 등으로 뒤덮이면서 직접유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를 부추겼다. 홍수가 발생했을 때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흐르며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불투수면 비율이 1962년 7.8%에서 2021년 52.3%로 급증했다.

마지막으로 지형적 구조적 특성이다. 사당 서초 등 저지대로 주변 고지대에서 다량의 빗물과 오수가 지표면을 따라 유입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도시홍수는 현재보다 자주, 그리고 더욱 강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온난화 등으로 하천 및 주요 홍수방어 시설의 설계용량을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국가재난대응지휘체계 국무총리로 단일화 필요
도시홍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대응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부처별 업무 연계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관련 법(‘수자원법’)에 따라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해 도시홍수 예방대책(‘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서 특정하천유역은 둘 이상의 시군구를 관통해 흐르거나 인접해 흐르는 하천유역으로 돼 있다.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치수계획이 세워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을 환경부가 총괄해 계획을 세우지만, 세부사업은 분야별로 개별법에 반영해 추진하게 돼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사업은 부처별로 제각각 시행되면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하수도·하천정비, 자연재해 저감대책 등의 경우 사업시기가 서로 달라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도시홍수 대책을 단일사업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여러 개 사업으로 분리 처리하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비슷한 사업에 중복 사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난대응 콘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의 운영 체계도 문제다.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대본을 가동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재난 대응을 위해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대본을 이미 운영 중이어서, 2개의 중대본이 동시에 운영되는 상황이다.

재난 발생 시 국가재난대응의 핵심기관은 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이다. 중수본은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사고의 대응과 수습을 전담하고, 중대본은 조정과 지원을 맡는다. 따라서 둘 이상의 복합재난이 발생한 때 중수본은 여럿 가동할 수 있지만, 중대본은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또 행안부 장관이 부총리급인 기획재정부나 교육부를 포함한 각 부처 장관들을 컨트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무총리를 중대본부장으로 정해서 국가재난대응지휘체계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 기상청이 물 관련 재난문자 발송 담당해야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도시홍수 때 대표적인 재난안전정보 시스템인 ‘재난문자방송’(‘긴급재난문자’)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강남역의 경우 8월8일 20시 이전에 홍수침해가 발생했지만 서초구청은 재난문자를 8일 23시41분에 발송했다. 또 강남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역 등의 침수상황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강남구도 삼성역 일대에서 8일 21시 전후에 침수가 발생했지만 9일 0시23분에서야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관악구도 도림천이 범람(8일 20시 전후로 추정)한 지 1시간이 넘은 21시21분에야 관련 문자를 보냈다. 동작구는 8일 21시 전후로 7호선 이수역이 침수됐지만 관련 재난문자를 아예 발송하지 않았다.

이는 행안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모두 재난문자 발송권한을 갖고 있지만 언제 어떤 내용을 보내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따라서 지진재난문자처럼 기상청이 기상특보를 1차적으로 발송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지역의 불투수면 증가가 도시홍수 피해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도시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물 순환 체계를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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