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마돌 日 덮쳤는데…부산 초속 34m·무주 초속 24m 강풍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14시 05분


19일 오전 천리안 위성이 찍은 한반도 상공. 우리나라 남동쪽 해안을 덮은 하얀 구름이 제14호 태풍 \'난마돌\'이다. 기상청 제공.

반경이 410km에 이르는 강한 태풍 ‘난마돌’이 일본 규슈 북쪽까지 북상하면서 19일 우리나라 곳곳에 강풍이 불고 비가 내렸다.

부·울·경(부산·울산·경북) 지역에서는 초속 30m(시속 110km)가 넘는 강풍이 불었고, 영남 해안가에는 이틀간 100mm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기압계·지형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태풍 반경에서 먼 호남 지역과 강원 영동 지방까지 비바람의 영향권에 들었다.

제14호 태풍 ‘난마돌’은 19일 오전 일본 규슈 가고시마 북쪽 약 270km 해상을 지나 혼슈로 진입했다. 태풍의 강도는 19일 오후 ‘강’에서 ‘중’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태풍의 길목인 일본에서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바람의 강도가 약해져 가장자리로 가면 강풍의 강도는 초속 15m(시속 54km) 정도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 태풍은 수백km 떨어진 우리나라에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몰고 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오전까지 경북 울릉도에서 초속 34.0m(시속 122km), 부산 오륙도 초속 33.9m, 울산 동구 초속 30.0m(시속 110km) 등의 강풍이 관측됐다. 태풍 위험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전남 신안과 전북 무주에서도 각각 초속 25.1m(시속 90km), 24.4m(시속 88km)의 바람이 기록됐다.

18일 밤 우리나라 부근 일기도.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태풍과 북서쪽에 있는 고기압 사이에 조밀한 등고선이 보인다. 등고선 사이가 좁다는 것은 그만큼 기압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 제공.
이는 태풍의 규모와 주변 기압계 영향 때문이다. 난마돌은 태풍의 강풍이 영향을 미치는 영향권, 즉 강풍 반경(태풍 반경)만 410k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태풍이다.

지난 6일 우리나라 영남 지방을 관통했던 역대급 규모의 태풍 ‘힌남노’와 비슷하거나 더 크다. 한국과 일본을 가르는 대한해협의 너비가 약 200km임을 감안하면 태풍의 중심이 일본 열도에 있다고 하더라도 태풍 반경의 절반은 우리나라를 덮게 되는 셈이다.

난마돌은 상륙 당시 중심기압도 약 935hPa(헥토파스칼)로 힌남노는 물론 역대 최악의 태풍 ‘매미’(2003년)보다 강했다. 그만큼 강한 바람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여기에 마침 북서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더해져 ‘설상가상’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북서쪽에는 차고 건조한 공기(고기압)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공기와 태풍(저기압) 사이에 급격한 기압 차이가 발생한 것. 성질이 다른 두 기압 사이에 급격한 기압 차이가 나타나면 그 사이로 강한 바람이 일게 된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이 아닌 전북, 전남 지역에서 강풍이 기록된 이유다.

이번 태풍은 바람뿐 아니라 많은 비도 몰고 왔다. 일본 미야자키현에서는 19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동안 725.5mm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관계자들이 침수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로 제방을 쌓고 있다. 포항=뉴시스
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관계자들이 침수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로 제방을 쌓고 있다. 포항=뉴시스


우리나라에서는 우려했던 것만큼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남부 곳곳에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8일 오후 5시부터 19일 낮 12시까지 울산 북구 매곡동에 112.5mm, 부산 해운대에 87.0mm의 강수가 기록됐다. 강원 영동 지역에도 많은 비가 왔다. 강원 양양 설악산에서는 109.0mm, 강원 삼척 도계읍에서는 88.0mm의 강수가 관측됐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이 아닌 강원 영동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지형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태풍은 반시계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태풍이 우리나라 동쪽에 위치하면 우리나라로 동풍이 불게 된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동풍이 태백산맥에 부딪히면서 강원 영동 지방에 비를 뿌린 것.

19일 기상청이 밝힌 제14호 태풍 '난마돌'의 이동경로. 기상청 제공.
19일 기상청이 밝힌 제14호 태풍 '난마돌'의 이동경로. 기상청 제공.


난마돌은 19일 저녁 일본 오사카 서북서쪽 약 240km 부근 육상까지 진출한 뒤 잠시 바다로 빠졌다가 20일 오전 일본 센다이 서남서쪽 약 230km 해상에서 다시 육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혼슈를 관통해 20일 오후 센다이 북동쪽 130km 해상에서 소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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