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15〉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도 최대 수출품은 ‘반도체’… 상장기업 7개→20개로 늘릴 것
학교-병원 등 인프라 균형 배치… 어디서든 15분內 닿을수 있게
그린수소 기반 수소 생태계 구축… 국립탐라역사문화센터 건립 추진”
“제주도 최대 수출품목이 ‘반도체’라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입니다. 임기 중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도내 7개인 상장기업을 20개까지 늘리겠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3일 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는 ‘반기업정서’가 강해 기업 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며 “기업을 유치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주의 핵심 기반인 관광산업과 관련해선 “제주의 청정 휴양자원을 활용해 일(work)과 휴양(vacation)을 겸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물가가 오르면서 민생 경제가 불안하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을 위해 공공 예산을 신속히 집행할 방침이다. 추가경정예산 8510억 원을 편성해 집행하면서 민생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있다. 내년 국비도 역대 최대인 1조8528억 원을 확보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변동 폭이 큰 품목에 대해 생산, 유통, 판매 구조 개선 등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물가 안정 대책을 수립하겠다.”
―‘15분 도시 제주’를 공약했다.
“도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시설·도로 중심에서 사람·삶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이동 편의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학교, 병원 등 지역별 생활 인프라를 15분 내 거리에 균형 있게 배치하겠다. 문화체육시설도 정부 공모 사업을 통해 적절히 배치한다면 ‘15분 도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다음 달부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 중인데….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단일 광역행정체제로 바뀌면서 도내 4개 시군을 폐지하고 권한이 도지사에게 집중됐다. ‘제왕적 도지사’의 권력을 내려놓으려면 제주에 다시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출범했고, 새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도민 공론화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고 비전을 수립하는 결정은 도민의 몫이다. 도정은 지원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제2공항 건설 문제로 도민 간 갈등이 여전하다.
“제2공항과 관련해선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도민 이익’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이런 실용주의 원칙 아래 도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집단 지성’을 활용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겠다. 국책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도민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도 나름의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할 생각이다.”
―전력량이 과도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 제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남는 전력량을 활용해 그린수소(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생산하면 출력 제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기반의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재 3MW급, 10MW급 수소생산단지를 구축 중인데 이를 활용해 2026년 하루 3t 이상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 그린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고 수소버스 9대를 운영한다. 버스, 관용차, 청소차 등 공공분야에 우선 도입한 뒤 민간분야로 확대해 나가겠다.”
―도내 영어교육도시가 지역사회와 유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영어교육도시 사업의 목표는 ‘도시 조성’이었다. 앞으로 이를 ‘제주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국제학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제학교 영어캠프에 도내 학생 1000여 명이 무료 참가하도록 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사업 효과를 공유하면 도민들도 영어교육도시를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또 지역주민과 이주민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공존·공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제주 역사 관련 연구·조사가 미진하다.
“삼성혈(탐라 건국 신화 관련 문화재)과 민속자연사박물관을 연계해 탐라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거점지역으로 조성하겠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을 기반으로 내년에 탐라역사문화권 정비시행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국정과제로 국비 400억 원을 투자하는 국립탐라역사문화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제주 핵심 산업인 관광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인가.
“관광객 규모 중심의 ‘양적 관광’에서 ‘스마트 관광’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휠체어를 타고서 즐기는 ‘휠내비길’, 제주형 도심항공교통(UAM), 수소 트램(노면전차)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구축하겠다.” ―취임 후 아침공부모임 등을 진행하는데, 이유가 있나.
“공직자는 도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리더다. 그리고 저에게는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침공부 모임뿐만 아니라 현안별로 관계 부서가 점심에 함께 공부하는 ‘브런치 스터디’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수평적 회의 등을 통해 역동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 생각이다. 이런 노력들이 장기적으로 쌓이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도정 비전과 정책을 설계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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