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반의사불벌죄 폐지해야…스토킹은 구애행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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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20일 09시 56분


신당역 살인 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살인 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이번에는 꼭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9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스토킹법은 피해자가 합의해주면 사건이 그냥 유야무야 증발하게 돼 있다. 그게 반의사불벌죄, 친고죄”라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 표시를 하는 경우, 그 의사에 반해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범죄다. 스토킹범죄를 당해도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수사기관의 개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주면 얼마든지 사건화가 안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더욱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고 공갈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라며 “결국은 취하를 안 해주니까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에 이르는 식으로 법률이 지금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고죄를 폐지해달라고 입법 초기부터 지적해왔는데도 개정이 잘 안되고 있었다”며 “반의사불벌죄를 꼭 폐지해야 한다. 그것부터가 시작이다. (반의사불벌죄가 없어지면)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기관에서 강제력을 가지고 개입해 임시조치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수사를 하니까 구속영장을 청구할 근거도 생긴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스1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스1
이 교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건 사실 구애 행위가 아니다.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토킹이 얼마나 위험한 범죄일 수 있는지 일반인은 물론이고 수사기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녀가 사귀다가 헤어지자니 구애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하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피의자도 들어야 하지만 수사기관도 귀 기울여야 한다”며 “피해자가 얼마나 공포를 느끼는지가 수사기관에 제대로 전달돼야 하고, 수사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식을 가져주셔야 된다”며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는 인명 피해가 난다는 점을 꼭 인지하고 입법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건화되는 스토킹 범죄는 1년에 1만5000건 정도로, 그중 약 10%가 위험한 스토킹 사건들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피해자 신변보호제도에 대해선 “(현행) 신변보호는 피해자만 감시하고 피해자만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피해자만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그렇기에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 주고 있다. 왜 감시의 대상이 피해자가 돼야 하나”고 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워치를 누르고 경찰이 현장까지 도착하는 5분 안에 여성이 사망하고 있다”며 “인권 침해가 좀 되더라도 가해자에게 전자 감시를 할 수 있는,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착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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