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20일 피의자 전주환(31)과 피해자의 근무지였던 서울교통공사에 대해 “(스토킹 혐의를 알고도 전주환이)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피해자 정보나 동선을 파악해 (살인) 범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게 정말 뼈아픈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피해자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피소돼 ‘직위 해제’ 징계를 받은 전주환은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 역무실에서 자신을 ‘불광역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공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 일정을 확인했는데, “(공사 측이) 정보 접근을 제한했었어야 한다”는 게 유족 측의 비판이다.
피해자의 큰아버지이자 유족 대표인 A 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느 부분에서 가장 놀랍고 황당하고 화가 나시느냐’는 질문에 “(전주환이 스토킹 혐의로 피소된 뒤) 회사에서 문제 인식을 갖고, 그 상황에 대한 어떤 관리 대책이 있었어야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A 씨는 “작년 10월에 직위 해제라는 징계를 내렸는데, 그 범죄 행위 내용을 회사에서도 인지를 했을 거 아니냐”며 “그러면 거기에 따르는 징계 수위를 좀 더 높이든가 해서, 어떤 기본적인 사원 신분에 제한을 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A 씨는 이어 “올 8월에, (살인 사건) 한 달 전에 검찰에서 9년 정도의 구형을 했더라”며 “9년이면 일반적으로 굉장히 중범죄인의 형량 아니냐.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중범죄인의 형량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박탈하지 않고, 이 사람이 아무 제재 없이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피해자 정보나 동선을 파악해 범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A 씨는 “현재 동생 부부는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정말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A 씨는 피해자인 조카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녔다. (독립을) 20살 때부터 했으니까, 지금 거의 11·12년 정도 된다”며 “얘가 집안의 맏딸이다. 자기 엄마·아빠를 한 번도 속상하게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독립심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똑똑하고, 명석한 아이였다. 지방 특수목적고에서 항상 상위권으로 있다가 대학교 들어가서도 4년 내내 과 수석, 차석을 하면서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졸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안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그러지는 않다”며 “그런데도 본인이 그렇게 열심히 해서 집안에 진짜 조금도 부담 주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했다. 아빠 집안에 가족들이 좀 많은데, 다들 좋아했었다”고 덧붙였다.
전주환에 대해선 “너무나 지능적인 행동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스토킹을 지속적으로 하며 광적으로 집착성을 보였다”며 “인간이 할 수 없는 정말 잔혹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끝내는 완전 범죄를 하겠다는 과대망상을 소유했다”고 비판했다.
전주환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데 대해선 “정말 너무나 평범하고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청년의 모습으로 보이더라”며 “정말 주위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얼굴인데,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게 정말 소름끼친다”라고 했다.
또 A 씨는 전주환과 피해자가 교제했다는 등 사건의 내용이 잘못 알려져 피해자에 대한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며 법적인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사회, 또 우리 여론을 이끌어주는 언론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책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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