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 원장(58)은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미래 과학과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술이 바로 ‘융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융기원은 국내 유일의 융합기술 전문연구기관이다. 2008년 3월 경기도와 서울대가 손잡고 서울대 부설연구소로 설립한 후 2018년 7월 공동 출연 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융기원의 역할은 첨단 과학기술로 한 세대 앞선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과학기술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사람을 위한 융합기술’ ‘현장을 변화시키는 융합기술’을 연구해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인 김 원장은 올해 출범 15주년인 융기원을 올 3월 말부터 맡아 곧 취임 6개월이 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융기원장으로 올 3월 말 취임했다.
“평생 학생을 가르치며 교육자이자 연구자로 살아왔다. 사실 교수로 일하면서 융기원장을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취임 후 반 년 동안 사업과 현장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융기원은 이미 △레벨4(완전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개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영유아 보육 안전 시스템 구축 △경기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의 기술 독립을 위한 연구지원 사업 수행 등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이 잘 진행되는 분야는 더 잘되도록 돕고, 부족한 분야는 채워 나갈 생각이다.”
―경기도와 서울대 공동 출연 법인인데 시너지가 나고 있나.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려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란 뜻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처음부터 별도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보다 전문성을 가진 대학 등과 협력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게 더 효과적이다.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어촌, 산촌 등 여러 환경을 가진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서울대의 연구개발 능력을 경기도라는 거대한 테스트베드에서 활용하면 새로운 관학협력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소부장 사업을 추진한 지 3년이 지났다. 성과가 났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경기도 소재 소부장 기업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기술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그해 10월 ‘소재부품장비 연구사업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인데, 경기도가 해마다 약 100억 원을 사업단에 투입했다. 사업단이 수억 원대의 장비를 마련한 덕분에 중소기업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품의 시험 분석과 시료 분석을 할 수 있었다. 분석만큼이나 결괏값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융기원 연구원들은 분석 결과를 기업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기업이 기술개발 측면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원하면 연구원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가 돕기도 한다. 사업단이 생긴 후 3년 만에 지원 실적이 약 1200건이나 된다.”
―판교 자율주행 실증단지 운영은….
“2015년부터 ‘경기도자율주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자율주행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성남시 판교 2테크노밸리 경기성장지원센터에서 판교역까지 왕복 5.8km 구간을 매일 운행 중이다. 올 초에는 센터에서 수집한 센서 데이터 등 약 180만 건의 데이터를 공공에 개방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과 실증단지를 운영하는 지자체에 도움을 줬다고 자부한다.”
―정보기술(IT) 활용 영유아 보육 안전 시스템을 설명해 달라.
“경기도에 특화된 안전보육모델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먼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했을 때 전자출석체크 시스템(안면인식 및 전자태그)을 이용하고, 스마트밴드를 활용한 영유아 생체 모니터링(심박수 및 걸음 수)을 통해 아이의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한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차량 안 방치 사고 등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1년 동안 수원시 우만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실증사업을 추진했다. 더 많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와 경기도에 요청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어진 현안도 해결해야 하지만,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 연구자에 대해 지원하면서 단기적 성과와 예상된 결과만을 요구한다면 과학기술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연구비 액수보다 연구기간이 더 절실하다. 서울대에서는 특정 연구과제에 대해 1년에 1억 원 내외의 연구비를 10년 동안 꾸준히 지원한다. 융기원이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경기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김재영 원장 프로필
△부산 출생(58) △동아고,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환경공학 박사 △서울대 교수(1996년∼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2022년 3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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