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불어난 인건비… 재정동원해 사업주에 일부 보전
2018년~올 6월 10조3194억 투입… 고용부 “저소득 근로자 퇴사 많아”
전문가 “지속불가 일자리 만든탓”… 정책실패로 세금만 낭비 지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일자리안정자금에 4년 반 동안 약 10조 원이 투입됐지만 해당 지원을 받은 근로자 10명 중 3명이 중도 퇴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소득층의 일자리 안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 향상에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나랏돈 더해 임금 올려줬는데 30% 퇴사
21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2018년 1월 첫 도입 후 사업이 종료된 올해 6월까지 9조20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업 운영을 위한 비용까지 더한 예산은 총 10조3194억 원에 이른다.
일자리안정자금 제도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올리며 시작됐다. 커진 인건비 부담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영난과 직원 줄이기 등이 우려되자 정부가 유례없이 재정을 동원해 올라간 최저임금 일부 금액을 사업주에게 보전해 줬다.
이를 통해 연평균 339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들에게 매년 2조 원가량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받아 고용된 근로자의 30%(연평균 102만 명)는 사업주가 지원금을 받고 있는 도중에 일을 그만뒀다.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려주기 위해 영세 사업장에 돈까지 대주며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정작 해당 사업장 직원들은 일을 그만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래 저소득 근로자들은 퇴사나 이직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자리를 유지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지원대상 근로자의 30%가 퇴사했다는 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라며 “정부 지원금 없이는 최저임금도 맞춰주기 어려운 회사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직원들이 쉽게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10조 원 투입에도 나빠진 고용
일자리안정자금은 도입 첫해에 근로자 30인 미만의 자영업자나 기업에 고용한 근로자 1명당 월 13만 원씩 지원했다.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매달 최저임금 이상, 230만 원 미만의 월급을 지급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1인당 지원금은 2019년 월 15만 원까지 올랐다가 매년 감소해 올해 1인당 월 3만 원 지급으로 끝났다.
이 사업은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민간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이를 보조금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도입 첫해인 2018년 사업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에도 최저임금이 10.9% 오르자 매번 연장한 끝에 결국 올해 6월에야 종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 때문에 10조 원의 나랏돈을 썼지만 국내 고용시장이 더 나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올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 2019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10인 이상 제조업의 고용이 3.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으로 직원을 줄이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2019∼2021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연평균 11만 명 감소한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만 명 증가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하게 올리지만 않았어도 10조 원이라는 돈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시급 1만 원’ 공약도 달성하지 못하고 세금만 낭비했다”고 했다. 임 의원은 “차라리 10조 원을 들여서 저임금 근로자들에 제대로 된 재취업 교육을 했다면 더 나은 일자리를 얻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0